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과 미국 정부가 다음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 조율에 들어갔다. 두 정상은 지난해 5월 서울과 11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데 이어 워싱턴에서 마주 앉아 대북 억제,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지역·국제 현안 등을 두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질적으로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며 “미국 당국자들은 대북 확장억제 공약이 굳건함을 다시 분명히 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이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해 한국 국민이 신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핵 사용 기획이나 집행 등의 절차에 한국의 참여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다양한 차원의 확장억제 강화 노력들이 지속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최근 일련의 진전들이 확장억제 강화의 끝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미국 국빈방문의 주제를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 동맹’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상의 미국 국빈방문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이번 방미는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으로 제시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이뤄진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대중국 안보협의체인 ‘쿼드’ 실무그룹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는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의 쿼드 참여 관련 질문을 받고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연장선에서 실무그룹 참여는 적극적으로 가속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핵 대처 확장억제의 한 방안으로 쿼드 워킹그룹에 참여할 뜻을 밝힌 바 있지만, 대중국 무역 의존도와 한반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일방적인 대중국 압박책을 쫓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정부가 한·일 정부에 핵 억지력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협의체 창설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다지겠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체가 이미 존재한다. 좀 더 효과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도출하기 위해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며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보 이슈 외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선 경제안보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친기업’ 기조를 부각해온 윤석열 정부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미국도 반도체법 관련 영향이 동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 그런 맥락에서 좀 더 영향 분석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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