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윤 대통령과 ‘파국’…김은혜·이준석과 공천경쟁 ‘위기’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또다시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23.37%의 저조한 득표로 2위에 그쳤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막판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만큼, 친윤석열계가 장악한 당 안에서 입지마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52.9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친윤도, 비윤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9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처음에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얘기했다가 대통령실이 나서서 공격하니까 거기에 굴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네거티브 대열에 합류해서 여당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실 수석을 고발했다”며 “이번 당권 선거 과정에서 한마디로 ‘오락가락’했다고 본다. 그래서 자기 고유의 스탠스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 안에선 전당대회 막판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하는 강수까지 두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사실상 파국에 이르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게다가 전당대회 막판 뒤집기를 노리며,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황교안 후보와 사실상 연대에 나서며 당내 중도층의 지지도 상당 부분 잃게 됐다. 이로 인해 친윤계 일색으로 꾸려진 김기현 당대표 체제에서 안 의원이 당장 내년 총선 공천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해 6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해 3선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당시 선거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로 보궐선거가 열린 것이어서, 김 수석이 내년 총선에 이 지역구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의원은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을 주인이 내놓으라면 내놓고 본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준석 전 대표와 부딪히니 둘 중에 하나는 내년에 우리 당 이름으로 출마하기는 어려울 거로 보인다”고 적었다. 안 의원의 현재 지역구를 “세 들어 사는 집”으로, 과거 2선을 했던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본래 집”으로 표현하며, 내년 총선에서도 20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안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놓고 맞붙는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당의 영남권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의 ‘미래’와 관련 “윤 대통령 당선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인데다 양극단으로 갈라진 상황이어서 안 의원이 지닌 장점을 발휘할 환경이 안 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진정성을 다해서 당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이와 관련 “(안 의원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의원들과 스킨십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