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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정부 강제동원 ‘굴욕 양보’는 결국 방일 조공품이었나[논썰]

등록 2023-03-11 09:00수정 2023-06-29 16:23

일본 사과·책임은 싹 다 빠진 정부 ‘제3자 변제 방안’
방일·방미 성과욕과 ‘조선 셀프 폭망론’ 인식 등 배경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6일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해법’을 두고 최악의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을 일본 전범 기업은 사과조차 않고 쏙 빠진 채 국내 기업 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상식적 해법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아니, 교통사고 당한 피해자가 치료비 내놓는 법이 있어요? 피해자가 돈을 내다니, 이거 하나만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국내 피해자 대리인단도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오늘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 주는 것이다.”

양금덕(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나 그런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아요. 내가 왜 그런 돈을 받아요?”

진행자 “할머니, 누구한테 받고 어디로부터 배상을 받고 싶어요?”

김성주(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우리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가 사죄를 받고 어디다가 요구를 하겠습니까.”

(7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국민 여론도 반대가 훨씬 높습니다. 10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반대가 59%로, 찬성(35%)을 압도했습니다.(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결단” 추켜세운 윤 대통령에 ‘굴욕 외교’ 비판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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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해법은 국내 재단을 통해 강제동원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입니다.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가해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 일본 쪽의 상응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결단이라고 포장했습니다.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6일 브리핑)

보수 진영도 한일관계 교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누군가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6일 비대위 회의)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게 일종의 김대중식 대일 햇볕정책이라고 저는 보거든요.”(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선 가해자인 일본은 아무 것도 안하고 피해자인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맡은 일방적 ‘굴욕 외교’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본 총리와 외무상이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언급을 하긴 했지만, 실제 현안인 강제동원에 대한 진솔한 사과는 없는 형식적 언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형식도 공식 발표가 아닌 의회나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에 그쳤습니다.

“사죄를 하고 피해자들한테 배보상을 한다. 이게 전제거든요. 그런데 지금 기시다 총리는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도 않고 일본 참의원에 가서 예산 관계 질의응답 하면서 한마디 하고 이걸로 퉁쳐버리면 안되죠.”(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한국이 약속 어긴 것” 일본 편든 대통령실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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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응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데, 우리 정부와 대통령실은 희한하게도 일본 입장을 찰떡같이 대변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오늘 일본 정부도 그간 일본 정부가 표명해온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을 평가합니다.”(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6일 브리핑)

이 발언에 이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심지어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결론이 된다’며 일본 입장을 편드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65년도 한일 양국 정부의 약속에 비추어 보면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은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합의를 어긴 것이다라는 결론이 된 것입니다.”(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6일 백그라운드 브리핑)

김준형 “이게 일본의 외무성이나 안보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일본이 할 수 있는 한계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김준형 “이렇게 얘기할 뿐만 아니라 일본이 한국이 1965년 조약을 파기한 국가라는 부분을 우리가 일본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일본을 정당화하고 일본을 변호하는 것으로 일관했습니다.”

진행자 “김태효 차장이었죠. 김태효 차장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일본 각료가 얘기하면 그래도 화나지만, 그래 (하겠지만)….”

김준형 “(일본은 원래) 그 입장이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부가, 그것도 대통령실이 일본 입장을 변호해야 할 만큼 약점이 잡힌 게 있는지 저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6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일본 입장에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대놓고 깎아내리는 언사를 보고 있자니 우리 정부인지, 일본 정부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어디 윤석열은 한국 사람인가, 조선 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를 모르겠습니다.”(양금덕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7일 긴급 시국선언)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일본 전향적 조처에 한국 대승적 포용’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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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피해자인 우리 국민보다 일본 기업을 편들고, 우리 대법원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황당한 행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은 과거사 문제라는 한일간 갈등 요인을 일방적 양보를 통해서라도 털어내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로 빠르게 나아가려는 목적에서 벌이는 일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특히 대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북한 위협에 맞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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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한일 간 역사적 앙금과 독도 등 영토 갈등이 엄존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기 위해선 가해자인 일본의 사과와 반성, 전향적 조처가 전제된 위에서 피해자인 우리 또한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포용의 자세로 임하는 게 순리입니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굽히고 들어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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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한일 관계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일본이 사과하고 배상하면 되는 것이에요. 가령 독일처럼요. 독일이 빌리 브란트 집권, 1970년이죠. 유태인에 대한 전면적인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 특히 독일 교과서에는 독일 선조들이 저지른 많은 학살을 기술을 해서 교육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이 실천되면 한일 관계는 저절로 개선되는 것 아니겠어요.”

진행자 “우리가 미리 굽히고 들어갈 필요는 전혀 없다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안민석 “마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처럼 말하고 제안하는 것을 저는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습니다.”(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칼 자루 쥔 일본, 한국 ‘무조건 양보’라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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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앞으로도 일본은 계속해서 역사 교과서 왜곡, 적반하장식 독도 영유권 주장과 영해 침범, 종군 위안부 가해 부인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반성 없이 공세적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도 우리는 또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일본에 굽히고 들어가야 할까요. 이 점만 놓고 봐도 결국 양국 갈등을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원칙을 저버린 저자세 외교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일본의 변화를 끌어내는 당당한 외교가 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김준형 “일본이 지금 보통국가로 나오고 재무장하는 것에서 우리가 다 사실상 장애물을 거둬주고 있는데 사실 일본으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없죠. 사과조차도 안 받은 것이고요. (…) 소위 말하는 수출규제, 그거 사실상 이미 유명무실하지 않습니까?”

진행자 “근데 (일본은) 그것도 안 풀어준다고 WTO 제소부터 먼저 거둬라(라는 거잖아요).”

김준형 “이미 칼자루를 일본이 쥐었다고 생각하겠죠. 한국은 무조건 양보하는 모드라고 일본은 생각하겠죠.”(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6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미·일과 정상회담 위해 양보’ 의문 커져

단기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 셔틀회담 복원과 미국 국빈 방문, 5월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초청 등의 가시적 외교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강제동원 현안에서 일방적 양보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피해자의 권리와 국민의 자존심을 사실상 대일·대미 순방 외교의 조공물로 바친 것 아니냐는 건데요. 제발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또 G7 회의가 5월에 히로시마에서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이 의장국이고요. 기시다가 의장이 됩니다. 벌써 G7 아닌 국가 중에서는 호주, 그리고 인도를 초청했거든요. 그런데 일본의 언론에서는 윤석열 정권에서는 계속 초청해달라라는 그러한 요청을 해온다라는 보도가 일본에서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한국을 끼워주겠다는 말 안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부분들이 한국 정부로서는 상당히 조바심이 나는 부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요.”(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2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망국적 강제동원 배상안의 대가로 일본이 한일정상회담과 G7정상회담 초청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일본행 티켓을 위해서 피해자를 제물 삼는 그리고 국민의 자존심을 저버린 행위입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8일 최고위원회의)

물론 미·일 정상과의 만남은 양국 현안을 풀고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치밀한 외교 전략과 국제적 역관계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협상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일본은 미국의 압박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요구를 한국한테 압박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미국을 이용해서 일본을 압박하는 것은 아예 시도조차 안 했다는 겁니다.”(김준형 전 외교연구원장, 6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한일관계 진전을 바라는 미국의 압력을 활용해 일본의 양보를 끌어내고, 미국에 대해선 역으로 한일관계 진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강조해 반도체, 배터리 문제 등에서 우리 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 행태는 정반대입니다. 과연 앞으로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우리 국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의심스런 상황입니다.

당장 윤 대통령은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합니다. 여기서 일본의 전향적인 상응 조처를 뒤늦게나마 끌어낼 수 있을까요.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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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하는 것은 그만큼 영광이죠. 그렇지만 미국이 그런 영광을 줄 때는 공짜 점심 없어요.”(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셀프 폭망론’, 윤 대통령 친일·자학 역사관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을 위한 미국의 압박, 미·일 정상과의 만남이라는 윤 대통령과 정권의 성과욕구 등을 이번 굴욕적 해법 제시의 원인으로 짚어봤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번과 같은 외교 기조의 급작스런 변침을 다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방적 양보의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자학적이고 친일적인 역사관 또한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외교부의 속도 조절론까지 일축하고 강제동원 해법 발표를 채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한 외교적 고려 이상의 의지가 실린 행보였음을 말해줍니다. 윤 대통령의 친일·자학적 역사관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단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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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 여기서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되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조선의 국권 상실 책임을 전적으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조선 내부 탓으로 돌리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망국은 내부 요인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라는 외부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둘 중 더 큰 규정 요인을 찾자면 당연히 일제 침략입니다. 청나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집요하게 조선 강점에 나선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조선 내부에선 다양한 대응이 일어났지만, 결국 1910년 제국주의 침탈에 무너졌습니다. 그 뒤로도 항일의병전쟁 등 우리 내부의 응전 또한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필 일제에 맞서 온 민족이 들고 일어난 3·1절 날 일본의 책임을 묻고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스스로 잘못해 망했다며 내부 요인만 헤집고 만 것입니다. 자학 사관이자, 일본에는 면죄부를 준 친일 사관입니다.

“결정적으로는 침략을 정당화하는 듯한, 우리가 세계화의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나라를 뺏겼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거든요. 그게 전형적인 친일파 논리였어요. 예전에 이완용 같은 경우에도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이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했고요. (…) 힘이 없으면 뺏겨도 되는 게 나라가 아니거든요.”(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삼일절에는 식민지근대화론도 자제하고 조선 ‘셀프 폭망론’ 좀 그만해야 한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1일 페이스북)

이준석 “사명감을 갖고 그날 되면 꼭 그말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오늘은 식근론(식민지근대화론) 얘기하는 날 3·1절. (…) 근데 그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얘기한 거죠.”

진행자 “3·1절은 나름대로 자주독립하고 민주공화정을 선언한 날인데.”

이준석 “셀러브레이션 데이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3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정세를 읽고 우리 힘을 키우는 동시에 제국주의적 침략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점 또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경고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3·1절 기념사에선 빠짐 없이 일본의 책임과 반성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명박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89주년 3·1절 기념사)

박근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다.”(94주년 3·1절 기념사)

문재인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99주년 3·1절 기념사)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이런 기조와 너무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균형감을 상실한 역사관에 서 있으니,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책임엔 눈감은 채 우리의 일방적 양보만 담은 방안을 미래지향적 해법이랍시고 내놓은 것 아닐까요.

자긍심 짓밟는 정진석·석동현 망언

사실 이런 친일·자학적 역사관은 윤 대통령 주변 보수 진영에선 드물지 않게 출몰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주장을 했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논썰] 강제동원 ‘해법’이 방일 조공품인가? 윤 대통령 ‘친일·자학 사관’ 본색.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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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2년 10월11일 페이스북)

어떻습니까. 윤 대통령 기념사보다 조금 구체적일 뿐, 큰 틀에선 별 차이 없는 주장 아닌가요. 당시에도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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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이 일제가 조선 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 천박한 친일 역사의식이며 집권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2년 10월11일 긴급안보대책회의)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이다.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김웅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요번에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 ‘40년 지기’이자, 같은 검사 출신인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도 한일 갈등의 근원을 우리 내부 탓으로 돌리는 망언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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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나. 일본 천황이나 총리가 사죄 안 한 것도 아니다. 여러 번 했지만 진정성 없다고 또 요구하고 또 요구하고. 100년 지나서도 바짓가랑이 잡아당기면서 악쓸 것인가.”(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7일 페이스북)

도대체 어느 나라 공직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 대통령에 그 당대표에 그 친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분 미친 사람 아니에요? 평통 사무처장이 그러한 얘기를 SNS에 올리는 것 자체가 월권이에요.”(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국민의 자긍심을 짓밟는 망언을 일삼는 이런 인물이 계속 공직에 머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자기 부정과 자학에 물든 역사관에 기반한 정권의 외교 폭주는 결국 내부적으로는 국민들 간 갈등을 부추기고 대외적으로는 심대한 국익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전에 우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퇴행적 역사관을 성찰하고 외교 역주행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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