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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20분 발언’ 뜯어보니…“역사 ‘입맛대로’ 갖다 붙여”

등록 2023-03-22 21:27수정 2023-03-23 01:10

전문가들 국무회의 발언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국민 담화’를 연상시켰던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21일 국무회의 발언에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일 외교정책 기조를 뒷받침하려 언급한 국내외 사례를 두고 전문가들은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정합성이 있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갖다 붙인 느낌”이라고 평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제3자 변제안)과 관련해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돼 있다”는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한-일 회담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인 피해자 개인에게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겠다고 한 제안에, 후속 조치는 한국이 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한 기록은 있지만,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어디에도 그런 문구가 없다. 더 중요한 건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게 선언한 것처럼,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전혀 관련 없는 두가지를 뒤섞었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중-일 수교 과정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다”고 했다고 강조한 것도 논점에서 벗어난 사례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는 “중국은 ‘전쟁 희생자가 흘린 피에 값을 매길 수 없다’며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배상권을 포기하긴 했지만 수교 이후 30여년 동안 막대한 규모의 엔 차관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쪽이 개인의 배상권까지 포기한 건 아니었다. 중국 쪽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니시마쓰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였다가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 항의하고, 중국 내에서 반일 여론이 들끓으면서 가해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화해금’을 지급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며 근거 사례로 제시한 독일-프랑스의 ‘화해’도, 한-일 관계의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란 비판이 나온다. 철저한 반성에 기초해 나치 잔재 청산에 나선 독일과, 사죄·반성을 언급하고도 걸핏하면 식민지배의 불법성까지 부인하는 일본을 등가로 놓고 볼 수 없어서다.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독일은 총리가 바뀔 때마다 사과·사죄·반성의 뜻을 밝히고, 희생자를 기리는 참배도 한다. 또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만들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명예회복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이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의 핵심은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고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바탕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과거 직시’라는 한 축을 무너뜨리고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 대통령은 자신의 ‘결단’이라며 대일외교 정책 방향을 정해놓고도 구구절절 설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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