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해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 안보 사령탑이던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사실상 전격 경질되면서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영향력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은 김 전 실장보다 훨씬 일본 밀착론자로 알려져 향후 한-미-일 협력 강화 등 일본 경도 외교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김 전 실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쌍두마차로 평가됐다. 김 차장은 김 전 실장과 직급과 연배 차이가 있음에도 강하게 주장을 펴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전날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외교 과외 교사’ 격이던 김 전 실장이 급작스레 교체되며 김 차장은 대통령실 안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외교 안보 최고위급 참모가 됐다.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해 8월 건강상 이유로 물러났다.
김 차장은
안보실장 교체의 표면적 이유로 꼽히는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 보고 누락 사건으로 자신의 직속 비서관이던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됐음에도 건재했다. 김 차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관저에 들어가기 전 살았던 아파트의 이웃 주민이었다. 조태용 새 국가안보실장도 용산 대통령실 시스템에 적응할 때까지는 김 차장의 ‘조언’과 ‘보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또 주미대사로 내정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각각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김 차장은 일본 밀착 외교 노선을 견지해왔다. 김 차장은 한-일 정상회담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마련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과 달리 급진적인 관계 개선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과 박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민심 이탈을 걱정한 반면
김 차장은 “지지율이 하락해도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며 “책임은 내가 진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일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실장과 김 차장 사이 이견이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의중을 김 차장이 잘 파악한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절에도 일본에 치중한 외교 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외교분야 실세로 불리던 김 차장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일하며 이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추진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몰두했다. 그는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처리를 주도했다가 경질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예정에 없던 국가안보실 비서관급 이상 직원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조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안보실을 포함해 대통령실 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수선한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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