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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돌덩이” 한덕수의 잇따른 실언…“똑바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요?

등록 2023-04-07 06:00수정 2023-04-08 01:26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답변 도중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지어 논란이 됐다. <문화방송>(MBC)화면 갈무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답변 도중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지어 논란이 됐다. <문화방송>(MBC)화면 갈무리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 이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

지난 4일 진행된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돌덩이’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있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나. 부적절한 비유였다. 당사자인 국민이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유감을 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한 총리는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그는 “돌덩이라고 표현한 건 한-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다. 제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돌덩이라고 할 수 있느냐. 어려운 문제라는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얘기한 것이지, 피해자를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본회의장 의석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그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강제징용 희생자를 지칭해 돌덩이라고 한 게 아니다. (의원들이) 오해하신 거다. 똑바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게 더 중요하다.”

한 총리의 잇따른 설화는 듣는 이들이 똑바로 듣지 않아서 벌어진 일일까. 이태원 참사 당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그의 태도와 발언을 보면, 듣는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 총리의 계속된 실언에 대해 “공감 능력 제로”라는 비판도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역 책임은?” 이태원 참사 외신기자 간담회서 농담

한 총리는 지난해 11월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말해 비판을 받았다.

한 총리의 발언은 한 외신기자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 이후 통역에 문제가 생기자, “저는 잘 안 들리는데요, 통역이.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했다. 기자가 “(사람들이) 거기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며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하자, 한 총리는 그제야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 제도적 개선점이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평소 발언 시 영어를 자주 섞어 사용한다.)

한 총리는 이후 “통역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서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오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후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와이티엔(YT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와이티엔(YT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이태원 생존 학생 극단 선택에 “좀 더 굳건했으면…”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유족 등의 반발을 샀다. ‘총리실 산하 원스톱종합지원센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에게 어떤 지원을 했냐’는 질문에 “지원센터 쪽에서 (치료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파악해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유족과 야당의 비판은 물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총리가 할 말인가”라며 “공감능력 제로”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입장문을 내어 “한덕수 총리가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다른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치료 등 가능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사거리에서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고 있다. <문화방송>(MBC) 유튜브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사거리에서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고 있다. <문화방송>(MBC) 유튜브

한 총리는 나흘 뒤인 12월19일 오후 이태원 참사 유족과 시민사회가 꾸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가 5분도 안 돼 자리를 떠서 입길에 올랐다. 한 총리의 방문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유족들은 분향소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한 총리는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고, 헌화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해 “보여주기식 조문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진정으로 사과와 위로를 하려고 했다면 먼저 유가족들에게 예를 갖추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적어도 공식적인 일정으로 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분향소를 떠나면서 길 건너편 전용차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취재진 질문이 쏟아지자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한덕수 총리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반대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정부서울청사로 복귀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 총리는 현장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올해 4월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도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분향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 대표단 중 맨손으로 참배에 나선 건 유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보통 참배단 대표는 흰 장갑을 착용하고 집례보좌관의 안내에 맞춰 입장 후 헌화와 분향을 한다.

5일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5일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독도는 우리땅이냐” “절대로 아닙니다”

“똑바로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다음날 한 총리는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도는 우리 땅이 맞습니까”라고 묻자 “절대로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맹 의원이 “예?”하고 되묻자 그제야 한 총리는 “아뇨 죄송합니다. 절대로 일본의 영토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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