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왼쪽)과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배상금 수령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안’에 따라, 판결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10명의 유족들에 판결금 지급을 14일 마친다. 외교부는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 정부에 의한 이번 배상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을 향해서는 “정부 설명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3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은 정부 해법에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10명의 유가족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앞서 이들 피해자 가운데 2명에 대한 판결금을 지급했고, 14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나머지 8명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판결금 지급을 마칠 계획이다. 판결금은 1인당 2억~2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모두 15명으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5)·이춘식(99)씨 등 3명과 또 다른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정부 해법에 따른 배상금 지급을 거부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며 “정부 해법이 유가족이나 국민 눈높이에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남은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도 정부 면담에 응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재단의 판결금 지급을 통해 피해자 10명이 일본 기업에 대해 가졌던 채권은 효력을 잃게 된다. 강제동원 피해자 쪽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3자 변제를 하면 채권이 소멸되는 것이다. 민법에 나와있는 간단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에 의한 채권 소멸’이란 표현을 경계하듯 “채권 소멸이 아니다.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만족하고 충족시켜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채권이 없어졌다고 하면 눈치가 보이니 외교부에서도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 5명에 대해 외교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생존 피해자 3명을 포함해 가족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했지만 성사가 되지 않았다”며 “(그분들은) 만남을 거부하고 있지만 정부로선 진정성있게 만남과 설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법 수용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제 받을 사람 다 받았다, 남은 사람은 당신들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수령을 거부한 원고들의 경우 연로한 분들이다 보니 한 번 흔들어보려는 것 같다”고 외교부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재단으로부터 판결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채권을 소멸시키는 절차인 ‘공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지금은 노력과 설명이 먼저”라고 말했다. 공탁은 판결금을 법원에 맡기고 피해자들이 찾아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외교부는 만약 피해자가 끝까지 판결금을 받지 않을 경우 법원 공탁 방식으로 변제가 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재성 변호사는 외교부가 줄곧 “법리적으로는 끝까지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공탁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고 주장해온 만큼 공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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