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과거 연설에서 비슷한 기조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 의회 연설에서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과거사 직시를 명시한 바 있어 윤 대통령의 발언과는 맥락이 다르다.
윤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998년도 김 전 대통령도 (일본) 의회 연설에서 비슷한 기조의 말씀을 했다”며 “국가안보가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개선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그런 취지”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에선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을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향한 과거사에 대한 반성 등의 요구나 제안은 없었다.
윤 원내대표가 언급한 일본 의회 연설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8일 일본 의회 연설에서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백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5년간이다. 이렇게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천5백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며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우리 두 나라의 선조들에게, 그리고 장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지탄받을 일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제 한-일 두 나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다”며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은 인식된 사실에서 교훈을 찾고 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모색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오늘 오부치 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 일 파트너십' 선언을 함께 발표했다”며 “일본은 이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였고, 나는 이를 양국 국민 간의 화해와 앞으로의 선린우호를 향한 일본 정부와 국민의 마음의 표현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 선언이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과거사 인식문제를 매듭짓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공동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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