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엔비시>(NBC)와 인터뷰를 한 뒤 진행자인 레스터 홀트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청 정황에 대해 “이 문제가 한-미 동맹을 지탱하는 철통 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한 자신의 ‘담대한 구상’에 관해서는 당분간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은) 자유 같은 가치 공유에 기반을 둔 동맹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도청 내용에 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 정부가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 한국 안보실 관계자들이 미국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를 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진행자인 레스터 홀트가 “친구가 친구를 염탐하느냐”라고 묻자 “일반적으로 친구끼리는 그럴 수 없지만 국가간 관계에서는…”이라고 잠시 말을 멈췄다가 “금지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뢰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미국이 우리에게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인식과 같은 것으로, 미국 정부에 도청 정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힌 것으로 보인다. ‘가치 동맹’을 내세워, 도청 의혹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도청 문건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부분 사실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남북 협상이나 대화 가능성에는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신의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면서 “그런 협상이 남북 간에 곧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협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우리에게 시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위협이 바로 문 앞에 있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도 보여주기식 남북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여지를 열어뒀다. 그는 “최전선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주시)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강화 압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지난 <로이터> 인터뷰에 이어 중국 견제 발언을 되풀이했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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