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6일 오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열린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발코니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로 70년인 한미동맹에 한껏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 협력을 다짐했다.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관계자들 도청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으나, 윤 대통령은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양쪽 외교장관과 국가안보실장 등 소수가 참석한 ‘소인수 회담’ 47분, 참석자를 넓힌 ‘확대 회담’ 30분 등 약 8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한미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인 동맹이 아니고 서로 생각이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진 가치동맹”이라고 말했다. 그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공급망 교란, 식량 에너지 위기 등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도전받고 위협받고 있다”며 “가치동맹인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늘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새출발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북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협력은 배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윤 대통령님의 담대하고 원칙이 있는 대일 외교 결단에 감사한다”며 “이는 3자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듭 환영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잔디광장인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도 한미동맹을 “정의로운 동맹, 행동하는 동맹”(윤 대통령), “미군과 한국군 장병의 피로 거룩하게 된 관계”(바이든 대통령)라고 강조했다.
회담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최근에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쪽의 약속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금 한미 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하고 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나가고 있다”며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정상회담 전날 저녁 백악관 대통령 관저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소형 탁자와 화병, 목걸이를 선물로 건넸고, 윤 대통령 부부는 달항아리와 족두리, 은으로 만든 자리끼 등을 전달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에게 프로야구 선수가 쓰던 배트와 글러브, 공인구 등이 담긴 대형 액자를 선물했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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