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씨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에 관해 “군사지원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 성명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견줘보면, 대통령실의 설명과 온도 차가 있어 의구심을 남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는 아주 짧게 언급됐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견지해온 원칙(살상무기 지원 불가)과 입장에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있을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에도 미국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 그밖에 직접적인 군사지원에 대해서는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는 톤이 다르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양 정상은 민간인과 핵심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며 “양국은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것을 포함해 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라고 했다. ‘안보’ 지원 제공이 담긴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도 대통령실 설명과는 뉘앙스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러시아가 공공연하게 국제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의 무기지원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탄약 공급을 보충하는 조처를 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추가 지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한국의 6·25 전쟁에 빗대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단결하는 국제사회의 중요성을 (한국보다) 더 잘 아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한국이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두 지도자(한미 정상)들 간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 대량학살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미국 <엔비시>(NBC) 인터뷰에서도 “최전선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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