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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외교지도’에는 미국·일본뿐…길 못 찾는 초보 외교

등록 2023-05-10 06:00수정 2023-05-10 15:13

[윤석열 정부 1년] ⑤ 균형 잃은 외교·안보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할 때 관통하는 열쇳말은 ‘편가르기’다. 내치에서 도드라진 편가르기는 외교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 대결로 보는 선악 이분법적 국제 인식을 줄곧 강조했다.

국익을 앞세운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미 동맹을 신성불가침 수준의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은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교에서 미·일만 남기고 중국과 러시아를 밀어내거나 지웠다.

이 과정에선 미국 도·감청 문건 공개에도 ‘한-미 동맹’을 강조하거나 강제동원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과거사 인식 문제는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며 면죄부를 주는 태도에 ‘굴욕 외교’이란 비판에 부딪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만 발언’으로 상대가 극도로 민감해하는 사안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 윤 대통령의 ‘말실수’도 여러차례 입길에 올랐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견제 한·미·일 공조 강화한 정상회담

윤 대통령의 취임 직후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지난해 5월)과 한·미·일 프놈펜 정상회담(지난해 11월), 한-일(3월, 5월) 및 한-미(4월) 정상회담은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 기반을 다졌다. 미국의 외교안보 프레임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첫 한-미 회담 때 미국의 경제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고, 미·일을 비롯해 인도·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와의 협력도 논의됐다. 그 뒤인 지난해 11월 한·미·일 프놈펜 정상회담 공동선언은 3국 간 북한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에 합의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공동선언이 나오고 이틀 뒤 윤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양국 정상회담을 했지만, 윤 대통령의 북핵 ‘중국 역할론’ 요청에 시 주석은 화답하지 않았다.

올해 치러진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도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한층 뚜렷하게 보여줬다. 한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급변침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미·일 3국이 함께 해상 군사훈련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고, ‘셔틀외교’ 복원을 한-일 외교 성과로 꼽은 윤 대통령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화할 통로를 열어뒀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이런 일련의 흐름을 “미국이 짠 중국 견제 국제질서에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이어 “일본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도 과거사 문제 해소까지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이것이 우리 국익과 안보에 합치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외교의 공간은 협소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양안관계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중국은 멀어졌다.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가 탈냉전의 시대 흐름을 읽고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넘어 평양으로 간다’며 일군, 보수 정부 북방정책의 성취가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한국은 줄곧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만약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다른 방식’의 지원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해 정면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를 남북관계로 빗대며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거친 언어로 극렬하게 반응했다.

한·미·일 삼각축 중심의 편중 외교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거란 우려도 크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명확성으로 가려면 그만큼 외교력과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도 대만 관련 정책에선 오랜 시간 전략적 모호성을 펼쳤는데, 남북·한-일 관계가 모두 불안정한 우리의 상황에선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날리면’ 사태·“UAE 적은 이란”

순방길마다 터진 윤 대통령의 말실수와 비속어 논란은 ‘초보 외교’의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짤막한 대화를 나눈 뒤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나가며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로 들리는 발언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한국)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1월엔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해 이란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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