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분씨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옆에서 열린 제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해 딸의 영정사진을 찾고 있다. 김 씨는 1991년 폭력적인 시위 진압으로 딸 김귀정씨를 잃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10 민주화운동 36주년을 계기로 시민사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화에 공헌한 이들을 유공자로 예우하자는 취지의 법안인데, 정부와 여당은 “민주화운동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현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장은 “아직 21대 국회는 유지되고 있지만 정권은 바뀌었고 여러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 이런 유가협 부모님들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숨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며 “(민주유공자)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이번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은 각각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통해 유공자로 인정되고 있지만,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현행법상 유공자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1960~1990년대 활동한 민주화운동가 중 요건에 맞는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본인 또는 가족에게 교육·의료·취업을 지원한다는 게 민주유공자법의 뼈대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소속 의원 164명의 찬성으로 이 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새롭게 민주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는 인원은 829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 법에 대해 ‘민주화 유공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유공자법에 관한 질의를 받고 “민주화, 유공자 개념의 범위에 있어서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가 좀 더 필요하다”, “그분들의 공적이 진짜 뭐냐, 하나하나 이렇게 보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해가는 노력이 있어야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진짜 민주화운동가’를 가려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법 제정에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같은 날 윤한홍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도 “정권이 바뀌었다, 정치권이 바뀌었다 해가지고 (유공자) 기준이 달라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은 내년 5월 말까지 임기인 21대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를 누리게 된 것은 민주유공자의 공헌이 매우 크지만, 이한열·전태일 열사는 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아닌 관련자로 남았다”며 “민주유공자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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