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불법행위 참여 정도 등에 따라 책임을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사법부를 정치에 팔아넘긴 대법관들”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이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 취지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가 정치적 편향성으로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사법부의 문턱을 넘어 입법부의 영역을 침탈한 것으로, 삼권분립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사실상 노란봉투법에 담고자 하는 내용을 법원이 먼저 나서 인정한 셈”이라며 “(오늘은) 사법부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사법부를 정치에 팔아넘긴 대법관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귀책사유 등에 따라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애초 대법원 3부에 배당된 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모두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소부 대법관 4명이 의견을 합치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경우,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열린다. 전원합의체는 지난 9일 이 사건을 다시 소부(3부)로 내려보냈다.
‘소부→전원합의체→소부’를 거친 이 사건은 결국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을 비롯해 안철상·이흥구·오석준 대법관 등 4명이 판결에 참여했다. 소부 재판부는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일치할 경우 판결을 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임명한 오 대법관도 이번 판결에 동의했다. 오 대법관은 차기 대법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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