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왼쪽)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새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64)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하고,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는 김홍일(67) 전 부산고검장을 내정했다. 아울러 12개 부처 차관을 교체하면서 이 가운데 5명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해 국정 장악력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김정은 정권 타도” 등 적대적 대북관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후임에 과거 검찰 시절 함께 근무했던 김홍일 전 고검장을 내정해, ‘검찰 중용’ 기조를 다시 드러냈다. 야당은 “극우 편향, 검사 편향의 위태로운 폭주”라고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영호 교수를 “원칙 있는 대북 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해나갈 적임자”라며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뒤 현 정부에서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 후보자는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과거 유튜브 방송과 기고 등에서 “김정은 정권 타도”,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그는 “촛불시위는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극우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김대기 실장은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홍일 내정자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한 특수 검사 출신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는 대선 14일 전인 12월5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검 중수부장 당시 그 산하의 중수2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부패 예방과 행정제도 개선 등 감시자 구실을 하는 권익위원장으로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장관을 교체한 것은 지난해 8월 ‘만 5살 입학’ 논란 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바꾼 뒤 두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19개 부처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등 12개 부처 차관과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 총 13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는 ‘역도 스타’인 장미란 용인대 교수(체육학)가 내정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5명의 차관은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발탁했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 김오진 관리비서관, 2차관에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환경부 차관에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각각 발탁했다.
정치인 출신들의 총선 출마 등으로 인한 구인난 탓에 장관 교체는 최소화하는 대신 비서관들을 대거 각 부처로 보내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이해 개혁 동력도 얻고, 각 부처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5명의 대통령실 출신 차관 내정자와 점심을 함께하며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다. 과감히 맞서 싸워 달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통신위원장 인사 발표는 없었다.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라는 게 고려할 사항도 많다. 어차피 지금 (방통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으니까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를 두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극우 편향, 검사 편향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인사가 망사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행정력과 전문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측근을 실세 차관으로 배치했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