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 다툼이 ‘불씨’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 한 가운데는 남산 실내테니스장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남산 테니스장은 중앙정보부 시절 세워져 지난 1995년 서울시 소유로 넘어오기까지 특권층의 전유물처럼 쓰였던 곳이다. 서울시는 한동안 남산공원관리사무소를 통해 이 시설을 직접 관리하다, 2001년부터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업체를 선정해왔다. 이 시장이 서울시 테니스협회 전 회장 ㅅ씨와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 ㅇ씨 등의 주선으로 이 곳에서 테니스를 즐길 때인 2003년~2005년엔 한국체육진흥회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었다.
한국체육진흥회 쪽은 남산실내테니스장 운영료로 서울시에 3년동안 8500만원을 내야 했는데, 자주 보수공사를 하는 바람에 그 기간엔 영업을 하기 어려워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여름에 큰비가 올 때면 천장에서 비가 새기도 했고 빗물에 수도관이 터져 배관공사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체육진흥회는 원래 계약기간이었던 올 4월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당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한국체육진흥회가 이 시장에게 테니스장 사용료를 요구하던 시기에, 인근 건물 공사등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한국체육진흥회는 “오히려 잦은 보수공사 때문에 손해를 봤으니 계약기간을 2006년 8월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체육진흥회는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냈다가, 이 시장이 사용료를 완납(2005년 12월27·31일)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20일 스스로 취하했다.
남산공원관리사업소는 앞으로 남산 실내테니스장 운영을 새로운 사업자에게 맡길 예정이다. 2004년 9월부터 12월까지 남산공원관리사업소가 넉달 동안 공사를 하느라 영업을 하지 못했는데도 계약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아, 한국체육진흥회로선 억울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는 게 테니스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남산 실내테니스장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황제 테니스’ 논란의 불씨가 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체육진흥회에 앞서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맡았던 운영기관도 지난달 말 이 시장 쪽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문서를 보내 남산 실내테니스장 위탁 운영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시 체육회 고위간부가 시장을 등에 업은 듯 행세하면서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을 비롯해 테니스장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는 침묵했고, 이런 상황에서 ‘황제 테니스’ 논란이 불거졌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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