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근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윤 대통령 등 세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의 3자 회의를 열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3국 안보협력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20일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8월 중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3국 간 조율을 거쳐 빠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미·일 정상이 다음 달 18일 미국 워싱턴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3국 정상회의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 탓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2분여 만에 마무리하며 한·일 정상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메릴랜드주 수목 지대에 있는 대통령 가족의 전용별장으로 한·일 정상을 초대한 것은, 한·미·일 3국의 초밀착 행보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합의했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방안과 핵우산을 포함한 한·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12일 미국 전역을 타격권에 둘 수 있는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 정상은 또 미-중 패권 경쟁, 공급망 협력 강화 등 경제안보 이슈, 인도 태평양 전략 공조 등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에 맞선 확장억제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이슈 등이 두루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분기별 정례화에 들어선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한-미 사이에 핵협의그룹이 확고하게 구축된 뒤 일본과 협력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핵협의그룹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밝혀왔다.
한·미·일 협력 강화 흐름 속에, 3국 정상회의가 향후 정례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정례화 여부에 관해 “아직 말씀 드릴 단계가 아니지만, 3국의 이해 관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번 3자 회의를 계기로 한-미,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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