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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민 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논썰]

등록 2023-08-19 09:00수정 2023-08-20 10:11

국민 절반에 ‘반국가 세력’ 딱지
극우 전체주의적 행태 우려 커져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친 말이 또 한번 나라를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던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 말입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그동안 윤 대통령이 보여온 색깔론, 갈라치기, 공격적 언사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습니다. 낡은 적대적 사고가 뇌세포에 깊이 아로새겨진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발언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민주화 이후로는 모든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민족 독립을 축하하고 아픈 역사를 직시하는 동시에 남북 화해와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메시지로 채워져왔습니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8·15 경축식은 광복을 경축하는 자리이자 광복과 함께 우리를 덮친 분단의 망령을 넘어서기 위한 국민의 의지를 모으는 기회라는 게 우리 공동체의 일관된 합의였던 셈입니다.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윤 대통령은 이런 규범을 깨고 국민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언사를 쏟아낸 최초의 국가 지도자로 기록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경축사 또한 사상 최악의 경축사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능성이 크다고 한 건, 아직 3번의 광복절 경축사 기회가 남은 윤 대통령 자신이 최악 기록을 경신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 진영도 ‘시대착오’ 비판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8·15에 광복의 의미를 망각한 발언을 던진 것을 두고 보수 진영에서도 비판이 여럿 나왔습니다.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좀 때와 장소에 맞는 메시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까 제가 매번 얘기하는 게 뭐냐 하면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고 있느냐, 그 사람 좀 잘라라…”(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16일 YTN ‘박지훈의 뉴스킹’)

“광복절 경축사의 느낌보다는 6·25 전쟁 기념사 같은 느낌이 더 강하지 않았나. 우리 민족 전체의 기쁜 날에 ‘왜 이걸 갈라치기 프레임, 뭔가 나누는 프레임으로 가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고.”(천하람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GDP가 지금 3만불이 훨씬 넘는 이런 상황에 있는데 아직도 옛날과 같은 사고방식에서 무슨 좌파니 우파니 이런 것을 거론할 그런 시대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6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중도적 보수마저 실망과 불안을 느끼게 한 발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화 위장 사회 교란” 비판세력에 오물 투척

이제 좀더 구체적으로 왜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최악의 연설인지에 대해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대통령 자신의 편향적 이념을 기준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갈라치기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통합의 책무를 방기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비판 세력을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윤석열 대통령, 8·15 경축사)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맹종, 조작선동, 여론 왜곡, 사회 교란 등 온갖 부정적 표현을 갖다 붙였습니다. 이를 반국가 세력과 등치시킨 뒤, 이번에는 다시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와 연결시킵니다.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윤석열 대통령, 8·15 경축사)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사회단체 등에 침투한 일부 간첩단 사건 등을 가리킨 것일 뿐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 전체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라고 지칭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변호합니다.

“우리 사회에 반국가 세력이 있고 또 그 위험이 심각하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봅니다. 민노총의 간부 출신이 북의 요원과 해외에서 접선을 하고…”(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16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그러나 이야말로 민주화 세력에 대놓고 오물을 뒤집어씌우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쥐구멍은 만들어두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교활하기조차 합니다. 실상은 과거 독재정권이 민주화 세력에게 좌파, 종북 딱지를 붙여 탄압하던 것과 다를 바 없는 행태입니다.

[논썰] 국민 분열·적대 부추긴 최초 대통령, 사상 최악 경축사 왜?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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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국가는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으로 자유를 찾는 것도 있지만, 또 민주화운동 과정을 통해서 군부와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찾아왔던 또 하나의 다리가 있습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민주화운동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유민주국가를 얘기한다라고 하는 건 국가관에 심각한 문제…”(이정미 정의당 대표, 1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실제 윤 대통령은 전 정부를 향해서도 서슴없이 반국가 세력이라고 몰아붙인 적이 있죠.

“반국가 세력이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윤석열 대통령, 6월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동시 단계적으로 이행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제로 나아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반국가 세력’ 딱지를 붙인 겁니다. 현 정부와 똑같이 국민이 선택한 전임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마저 전면 부정하는 가공할 폭언입니다.

“극우나 수구꼴통의 입에서 나올 만한 얘기를 (…) 역대 이런 대통령이 있었나요?”(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6월28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어떻습니까. 광복절 발언은 전 정부를 넘어 민주개혁 진영 전체에 반국가 세력 딱지를 갖다 붙인 망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들 간 대결 부추기는 극우 선동

또 하나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편가르기, 낙인찍기를 넘어 국민들 간 적대적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체주의 세력은...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윤석열 대통령, 8·15 경축사)

사회 교란 세력에 굴복해선 안된다, 여기서 반발짝만 더 나가면 반대 진영 국민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선동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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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망령들 다 불러내서 이 정부 반대하는 사람들 다 때려잡자는 식의 극단적인 분열통치의 길을 가겠다는 어떤 선전포고…”(이정미 정의당 대표, 1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반대 진영 전체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대결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공산전체주의 이상으로 위험한 극우 전체주의적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참 아니러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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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편협한 사고와 인식도 놀랍지만, 또 하나 경악스러운 건 윤 대통령이 골라 쓰는 어휘의 조악한 수준입니다.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도무지 사석도 아니고 공식석상, 그것도 가장 중요한 연설의 하나인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온 대통령의 언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정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을 몰아붙여 절멸시켜야 이기는 전쟁이 아닙니다. 비판과 공격에도 품격과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담길 필요가 있습니다. 듣는 국민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말에는 비판 세력을 공격하고 분쇄하겠다는 적의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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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용하는 언어를 보세요. 살벌하지 않습니까? 이거야말로 전체주의자들의 언어거든요.”(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15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애초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 통합을 제1의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2022년 3월10일 ‘대국민 당선인사’)

그러나 이후 행보는 갈수록 약속과 어긋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 절반, 나아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60%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며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줌 극우세력만의 대통령으로 스스로를 고립,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거의 50 대 50 비슷하게 일반 국민들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거를 어떻게 잘 융합을 하느냐 하는 이런 방향으로 정치가 노력해야 하는데, 자꾸 상대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갈 것 같으면 국민 통합을 위해 적절치 않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6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극우 유튜브 심취, 퇴행 굳어져” 비판

그렇다면 윤 대통령,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대결토록 하는 ‘오징어 게임’이라도 벌이려는 걸까요. 처음엔 여소야대 상황에서 강성보수층을 결집시켜 지지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극우세력을 선동해서 뭔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겠다고 하는 정치적인 ‘수’지요.”(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6월2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하지만 갈수록 윤 대통령 자신이 퇴행적 세계관에 갇혀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잇따른 극우 인사 기용도 그 때문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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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극우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져 가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6월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이기보다 극우 유튜브 채널에 심취하면서 기존의 시대역행적 세계관이 더욱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채널에 심취해 유신 독재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의심된다. 오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없었다.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만 있었을 뿐.”(권칠승 민주당 대변인, 15일 브리핑)

윤 대통령은 이미 국정 무능과 무책임을 곳곳에서 드러내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 극우 전체주의적 편향 심화는 그것보다 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문제입니다. 국민 통합의 헌법적 책무 수행에 무능하고 무관심한 것을 넘어 국민 분열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표출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같은 기본권마저 억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 비판 세력을 반국가 세력, 민폐 세력으로 몰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소야대 구도라 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 등의 편법을 통해 기본권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무너지는 순간 정권의 퇴행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검·경 권력기관에 이어 입법권마저 손에 쥘 경우 정권이 어디까지 얼마나 폭주할지 두려움마저 듭니다.

민주개혁 세력과의 전면전을 예고한 이번 광복절 경축사가 퇴행의 전주곡마냥 음울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입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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