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적 목표를 둔 연습참모부의 기도(계획)와 작전계획전투문건들을 료해(점검)했다”고 3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남한 영토 점령을 목적으로 한 군사 계획을 점검했다. 남북 지도자가 서로 ‘전쟁’을 언급하며 긴장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 동지께서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적 목표를 둔 연습참모부의 기도(계획)와 작전계획전투문건들을 료해(점검)했다”며 “총참모부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이 전면전쟁을 가상한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려놓은 상황에 대응해 29일부터 전군지휘훈련을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동지가 총참모장으로부터 전쟁발생시 원쑤들의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전으로 이행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적 목표를 둔 연습참모부의 기도와 작전계획전투문건들을 료해했다”며 “김정은 동지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의 군사연습들은 놈들의 반공화국 침략기도의 여지없는 폭로가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의 침략’을 전제하긴 했지만, “남반부 전 영토 점령” 운운은 2012년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도발적인 표현이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연습(8월21일∼31일)을 구실로 우리에 대한 군사 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전군지휘훈련’ 실시 및 김 위원장의 ‘훈련지휘소’ 방문에 대한 공식 매체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군사 대치와 긴장은 남쪽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북쪽이 ‘전군지휘훈련’을 하는 가운데 남, 북 최고지도자가 “전쟁”을 입에 올리면서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여름철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시작에 맞춘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개전 초부터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선동으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다. 북한은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최고·최대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세의 긴장을 낮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 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시켜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3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 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시켜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인 30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를 겨냥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선제타격 기도에 따른 것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밤 11시40분에서 11시50분까지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이를 ‘전술핵타격훈련’이라고 한 것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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