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개혁론’과 ‘현실론’이 맞부딪치며 격론이 벌어졌다. 지난 대선 전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약속하고도, 지도부 일부가 ‘제1당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 개혁파들은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라고 맞섰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선 의원 21명이 발언에 나서며 선거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년 4월 총선(22대 국회)을 앞두고 여야가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관건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20대 국회(2016년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 비례제’(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제도)를 놓고 여당과 합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날 의총에선 당내 개혁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탄희 의원은 의총에서 “무기력한 ‘민주당 단독 180석’ 전략이 아니라 ‘진짜 (개혁 세력) 연합 200석’을 만들어 국회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테니 지역구는 민주당을 밀어달라고 호소하자”고 말했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55명은 의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 창당 방지 선언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2월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율와 정당 득표율를 연계해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유권자들이 행사한 표와 정당별 실제 의석수의 불균형을 줄여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2020년 총선(현 21대 국회)에서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을 의석수에 연동하는 것이어서, 100%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제보다 비례성이 약하다. 특히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수를 늘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 제도에서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다’고 약속할 경우, 국민의힘에 제1당을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론을 들어 ‘병립형 비례제’ 회귀 주장이 일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다음 총선에서 제1당을 내주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 병립형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발제에 나서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에 따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내고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내지 않는다면 15∼20석 차이로 제1당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비례성과 지역균형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지도부가 협상을 더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여당과 입을 맞춰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경우 ‘결국 양당이 공동의 이익 앞에 짬짜미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인다. 이날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 소수정당 대표들은 “거대 양당이 추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환원에 반대한다”며 민주당 의총장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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