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정권교체 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여온 여야의 역학구도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사법리스크의 굴레를 상당 부분 벗어낸 이 대표는 대여 투쟁의 최전선에 설 야권 지도자의 입지를 재확인하게 됐다. ‘방탄 정당’ 오명을 쓰고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고, 무리한 정치수사를 벌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파면하라”며 대대적 반격에 들어갔고, 여당과 검찰은 ‘영장 기각이 면죄부는 아니다’라며 방어에 나섰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앞서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유 부장판사는 본류 사건에 대해선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장이 기각된 뒤 이 대표는 정치권을 향해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그는 오전 3시50분께 구치소 앞으로 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극심한 내홍을 겪은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반격에 나섰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한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리하고 무도한 ‘이재명 죽이기’ 시도가 실패했다”며 “집권 내내 정적 탄압과 야당 파괴에만 골몰해온 윤석열 정권은 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민주당은 앞으로도 정권의 폭정에 정면으로 맞서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오는 10월6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비롯해 추석 직후 막이 오를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윤 대통령 사과와 한 장관 파면 요구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일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치주의가 유린당해온 결과다. 법치 비상사태”라고 규탄하며 이 대표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점을 집중 부각하며 역공을 시도했다. 검찰도 “정당 현직 대표라는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적시한 부분은 (판사가) 정치적 고려를 한 게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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