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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쇄신 미풍 그칠 듯

등록 2023-10-13 19:50수정 2023-10-14 02:3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관해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여당에 주문했다. 당 지도부 교체나 대통령실 개편 등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것으로, 국민의힘 쇄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관해 언급한 것은 지난 11일 선거 뒤 이틀 만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 대통령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전면적인 여권 쇄신에 선을 긋고 △이념 전쟁 △전 정권 비판 △야당과 소통 거부 등의 국정 기조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도 “당대표 등 지도부는 흔들지 말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차분’이라는 말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당 안에서는 지도부 사퇴와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느냐. 근본적인 당정 쇄신 없이 총선 돌파가 되겠느냐”고 썼다. 서울 강서구에서 3선을 한 김성태 전 의원도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당이 국민의힘의 당인지, 정부 용산의 당인지 구분이 안 되면 안 된다. 내년 4월 총선은 당이 치르는 거지 용산 정부가 치르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분함’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옴에 따라 대대적인 혁신은 장벽에 부딪혔다. 가뜩이나 국민의힘은 ‘친윤’ 일색인 까닭에 구조상 근본적인 변혁이 어려운 상태다. 김기현 대표는 ‘윤심’을 등에 업고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이후 김기현 체제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앞장서 엄호한 반면, 쓴소리는 내지 않았다.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실무를 책임질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도 핵심 친윤이다.

변화의 목소리는 세력화를 못 하는 상태다. 당 안에는 과거 ‘미래연대’(16대)나 ‘새정치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등과 같은 소장 개혁 모임이 없다. 쓴소리는 비윤계의 산발적인 불만 표출 정도를 못 넘어선다. 여섯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 역시 의원들의 입을 막는다. 한 초선 의원은 “내가 당에 비판적인 말을 할 때 주변에서 의원들이 ‘그러다 공천 못 받는다. 조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한다. 그 정도로 의원들이 몸을 사린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일대일 개별 면담을 하며 수습 방안을 모색했다. 김 대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 등을 따로 만났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면담 뒤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하고, 먼저 함께 책임을 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말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쇄신 방안은 휴일인 15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침을 넘어선 혁신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이 바뀌고 당-대통령실 관계가 바뀌는 게 핵심인데, 차분하게 할 상황은 아닌데…”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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