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22일(현지시각)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한-사우디 간 대규모 방위산업 협력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한-사우디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한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 순방 성과로 에너지·전력·인프라 분야의 양해각서 및 계약 체결로 유치한 156억달러(약 21조원)뿐 아니라 양국 협력을 방산 분야로 확대했다는 점도 꼽았다.
김 차장은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가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방산 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우리 방산 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II’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무장 드론 등의 공격을 받아온 사우디는 미사일 요격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성사 단계에 와 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면서도 사우디와 주변국의 민감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논의 중인 무기 체계와 계약 규모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김 차장은 또 “윤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을 둘러싼 국제 정치·경제의 역학 관계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이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현재 분쟁 중에 특정한 한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한-사우디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10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과 통화에서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국민들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사우디가 발표할 ‘공동성명’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 정세 문제에 대한 협력 의지가 담길 예정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23일 사우디 청년, 과학기술인, 경제인들을 만나 양국 미래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모교인 킹사우드대학 강연에서 “한국과 사우디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한다”며 “미래 한국과 사우디 우호 협력은 바로 미래세대인 여러분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서 디지털·청정에너지·바이오헬스·우주 등 4대 분야의 과학기술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케이티(KT), 삼성물산 등 한국 기업과 사우디 간의 계약 2건, 양해각서 2건 체결에 임석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모두 156억달러 규모의 계약과 5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된다.
리야드/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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