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건전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2024년 총지출(656조9천억원)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 계층의 주거, 교통, 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 노동, 교육 개혁 등 자신이 내세운 3대 개혁을 지속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보험료율·수급개시연령·소득대체율 등이 빠져 비판이 이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관해서는 “연금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며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에 관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된 3조4000억원을 약 300만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없이 집행되어 민생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부탁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자극하는 문구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때보다는 좀 낫다고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기후 위기, 인구 위기 등에 관한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않아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예산이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생 실패,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과 쇄신없이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아집투성이 연설”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을 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환담했다. 두 사람이 환담한 것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지금껏 두 사람은 정부 기념식 등 행사 자리에서 짧은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입장할 때 ‘국정 기조 전환’,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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