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대폭 삭감되어 비판을 받는 2024년도 예산안 연구개발(R&D·알앤디) 부분에 대해 “질적 개선”을 언급하며 정당성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알앤디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알앤디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 가운데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31조1천억원)보다 16.6% 감액한 25조9천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0월29일 “기존 투자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전락해 재정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고려한 듯 “원천 기술, 차세대 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알앤디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겠다”며 “알앤디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내년도 예산은 줄어든 모습이 됐지만 이후 상황이 마련되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에스엔에스(SNS)에 “알앤디 예산 삭감은 ‘미친 짓’”이라며 “비효율이 문제라면, 효율화와 증액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약자복지’에 필요하다면서 ‘지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정작 필요한 예산을 깎는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하석상대’식 예산안일 것”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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