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일부 의원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한 사실이 7일 알려지면서 그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 남구을 4선 의원인 그는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라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압박을 받고 있다.
유상범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여러가지 고민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다 경험했고, 또 울산시장도 역임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 의원은 “충분히 당과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검토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발언이 혁신위 논의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그 말을 한 게 혁신위 출범 전”이라며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지고 당대표 책임론 나오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영광을 누렸으니 자신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사적인 대화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과 관련해 선택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현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 등 타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 등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여러차례 김 대표를 지목해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김 대표를 콕 찍어 거론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에게 내년 4월 총선에서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강조해온 그가 혁신위 제안을 무시하긴 어려운 처지다.
김 대표의 입지가 혁신위 압박을 뿌리칠 만큼 단단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지난 3월 ‘윤심’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바탕으로 대표에 당선된 그를 두고,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직후 당 일각에서 퇴진 요구가 일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미 김 대표가 당선된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거취 압박이 계속 오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 쪽 관계자는 “당대표인데,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결단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처럼 떠밀리듯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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