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문 사이로 국회 상징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일 총선기획단을 발족하며 22대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안을 필두로 한 ‘뉴시티 프로젝트’로 총선 판을 흔들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인재 영입과 물갈이 경쟁도 시작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는 ‘영남 중진, 윤핵관 험지 출마론’에 이어 ‘비례대표 당선권 45살 미만 청년 50% 할당제’까지 꺼내 들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도 ‘현역 의원 페널티 강화 검토’로 맞불을 놨다.
그런데 정작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오리무중이다. 선거구 획정의 기준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물론 비례대표 배분 방식 등 기본 규칙도 정하지 못한 채 ‘대형 공약’ ‘인재 영입’ 등 선거 전술로 민심을 흔드는 악습을 반복한다. 2024년 4월에 치러질 22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지난 4월10일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민의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도록 국외부재자 신고 개시 1개월 전인 10월12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몇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7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의당 등 소수정당을 배제한 ‘2+2 협의체’(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를 만들고 선거제도 개편 담판을 시도하면서 제 기능을 상실했다.
급기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 퇴행’에 여야가 비공식 합의했다”는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년 넘게 선거제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인생을 바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과 정신을 잇겠다고 말해온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의석수는 현재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놔둔 채 2019년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최악의 밀실 야합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당 지도부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9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비례성이 실현되는 선거제 개혁안 마련을 요구해온 ‘2024정치개혁공동행동’도 같은 날 국회에서 ‘거대 양당 밀실 야합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1년여의 선거제도 논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이 병립형 비례제로 퇴행을 밀실에서 시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동안 선거제 개혁을 위해 활동해온 학계와 시민사회,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2+2 협의체 등 밀실 협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표의 등가성과 소수정당 원내 진출 확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 원칙으로 제시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또는 확대, 비례 의석 비율 확대’는 무시하고, 두 거대정당이 ‘병립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야합을 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핑계 삼아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정의당·바른미래당 등과 마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스스로 무력화한 민주당은 그동안 반성과 개선을 다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승자 독식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한 다당제 구현,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2022년 2월27일 의원총회)를 약속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 의지도 여러차례 공표했다. 위성정당 창당을 사과한 국민의힘도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21대 국회에선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했다. 여야는 국회 선거법 개정 시한(2023년 4월10일)을 넘기지 않겠다며 정개특위를 일찌감치 구성했다. 올해 들어선 초당적 의원모임 발족(1월30일), 의원 전원위원회(4월10~13일), 시민 500명을 상대로 한 선거제도 개편 국민 공론조사(5월6일과 13일)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 채 ‘이익공동체’의 모습을 보였다. 전체 의원의 절반 가까운 147명이 참여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범식에서 손을 맞잡은 ‘초당적 의원모임’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도농복합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두고 깊이 있는 논의를 했지만 합의엔 실패했다. 이라크 파병안 처리 이후 20년 만에 소집한 국회 전원위원회에선 나흘 동안 100명의 여야 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원위원회에서 드러난 쟁점을 압축해 국회 차원의 선거제도 개선 결의안을 마련할 소위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개특위 결의로 헌정사상 처음 진행한 공론조사에선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한 비례대표 증원, 사표 방지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연동형 비례제 유지 등에 대한 국민 여론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원 정수 270석으로 축소’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은 공론조사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 성과를 헐뜯었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7월 선택한 게 ‘2+2 협의체’였다. 두 당이 밀실 담판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을 매듭짓겠다고 나서면서 야합 의혹을 자초한 것이다.
‘2+2 협의체’ 합의 내용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얘기가 다르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2+2 협의체에서 민주당과 현재 의석을 유지한 채 ‘북부·중부·남부 3대 권역별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 우리는 9월 의원총회에서 그 방안을 추인했고, 민주당 지도부까지 이를 수용했는데 당내 반발로 당론화하지 못하자 설득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해 우리는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병립형에 민주당이 동의해놓고, 당내 반발에 직면하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그건 국민의힘의 일방적 희망사항을 말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3대 권역별 소선거구제까지만 동의했다“며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환원할 경우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대표 의석을 60석까지 늘리거나, 현재처럼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한다면 반드시 연동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지역구를 현재보다 13석 줄여 비례대표를 60석으로 늘린 뒤 3개 권역별로 20석씩 배분하는 안을 핵심으로 국민의힘과 협상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가리는 건 쉽지 않다. 다만 민주당 안팎에선 지난 8월부터 당 지도부가 국민의힘이 마지노선이라며 버티는 ‘3대 권역별 병립형’에 동의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당론을 모으기 위해 지난 9월14일 소집한 의원총회 날 김종민·이탄희 등 민주당 의원 55명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지도부 결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또 정의당·녹색당 등 원내외 비교섭 4개 정당도 민주당 의총장 앞에서 “병립형 퇴행 반대”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정의당 정개특위 위원인 심상정 의원은 “당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에 합의했다는 정보가 있어 농성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 단식과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 뒤 홍익표 새 원내대표 선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총력전 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병립형 담합설’이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일단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2+2 협의체에서 현재 선거구를 남부·중부·북부 3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3분의 1씩 동일하게 배분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은 양쪽 주장이 일치한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지역구 간 인구 편차 2 대 1을 적용하면 인구가 적은 남부·중부 권역 지역구가 크게 줄게 되는데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동일하게 배분하면 이들 지역에 의석을 더 배려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비례를 동일 배분하는 건 지방 소멸에 대비하고 지역 대표성을 높일 수 있어 동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인구 증가나 감소로 지역구 간 2 대 1 편차를 유지하기 위해 합구 및 분구가 필요한 지역구는 모두 30곳에 이른다.
‘밀실 야합’ 의혹이 제기되고 당 내부에서 선거제 개편 당론을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다시 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핵심 쟁점은 △지역구를 줄여 비례 의석수를 얼마나 증원할지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을 연동형으로 유지할 것인지 △국민의힘 요구대로 병립형으로 되돌릴 것인지다. 민주당은 3개 권역을 전제로 ‘지역구 240석+비례 60석, 병립형’과 ‘지역구 253석+비례 47석, 연동형 유지’가 논의 가능한 협상 카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현실화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병립형’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버티는 국민의힘이 가장 큰 장벽이다. 국민의힘의 한 정개특위 위원은 “우리 당 다수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단순 명료해야 한다며 3개 권역도 없이 과거처럼 비례 47석 모두 전국 병립형으로 가자고 한다. 당 지도부가 지방 소멸 등에 대비해 권역별로 비례를 배분하는 방식을 설득했고, 권역별 병립형도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이니 민주당이 이걸 받아들여야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은 합의에 실패해 현행 준연동형제로 총선을 치르면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지만 민주당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답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행 선거제도를 수정하지 않아도 크게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줄여 비례대표를 늘리면 병립형으로 회귀해도 부작용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민주당 협상안에 대해서는 정의당조차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를 줄여 비례대표를 60명까지 확대하자는 민주당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레토릭일 뿐이다.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내부 반발 때문에라도 줄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국회가 지역구 의석수를 줄인 것은 외환위기 상황인 2000년 4월 치러진 16대 총선뿐이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비례 의석(46석)은 유지한 채 지역구를 26명 축소한 227석으로 줄여 의원 정수를 273명으로 조정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여러차례 공언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다. 선택지도 많지 않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타협하거나, 정의당이나 김종민·이탄희 의원 등의 주장처럼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며 위성정당 방지 조항을 신설하는 등 공세적인 행보에 나서는 두가지 가운데 한쪽을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선 국민의힘과 타협에 무게를 싣는 의견도 여전하다. 친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과거처럼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선거제도를 개편할 수 없다. 위성정당의 개념 규정도 모호해 금지 규정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국 신당’ 등 다양한 형태로 유사 정당이 만들어질 텐데 비례대표는 정당이 책임지고 확정하는 게 맞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전문가 등 시대에 맞는 인재를 비례대표로 배치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는데, 현행법대로 총선을 치르면 인재 영입도 할 수 없다”며 “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민주당 의원 가운데 ‘3대 권역별 병립형’을 수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비례 47석을 유지한 채 3개 권역별 병립형을 도입하면 영남에선 민주당이, 호남에선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수혜자가 된다.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 이후 20여년 시도해온 제3의 길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심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의 버티기를 이유로 권역별 병립형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수도권 등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과 담합하지 말고, 그동안 공언한 대로 위성정당을 금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선거를 치르자”고 했다. 2019년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은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 캡을 씌워 연동형으로,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배분하는 병립형’이 공존하는 방안인데 당시 2020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공직선거법 부칙에 규정해놨다. 그래서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 유지하면 47석 전체가 연동 대상이 되는 만큼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 7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영배 의원(정개특위 간사),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의원(정개특위 간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의당이 지난 5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녹색당·진보당·민주노총 중심의 노동계와 선거연합을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이정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6일 총사퇴한 것도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다. 정의당이 두차례 합당·분당을 거듭했던 진보당과도 ‘선거연합정당 플랫폼’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진보정당 생존을 위한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 정의당 핵심 인사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담합할 경우) 비례대표 배분에 필요한 정당 득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있다. 국민의힘과 박빙 승부를 펼쳐야 하는 민주당 수도권 후보들에겐 당락을 결정짓는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쉽게 국민의힘과 병립형으로 담합할 수 없도록 해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진보정당의 비례 의석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민주당 안에서도 준연동형 비례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약속한 대로 ‘위성정당 금지 조항’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김종민·이탄희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종민 의원은 “우리가 여러차례 위성정당 금지, 비례 확대, 연동형 유지를 약속했는데 그걸 뒤집을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가만히 있는 게 문제다. 국민의힘이 버틴다고 어쩔 수 없다고 타협할 게 아니라 위성정당 금지를 적극 추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현행법대로 총선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 위성정당 금지 규정은 ‘지역구에서 30% 이상 후보를 낸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공직선거법에 명기하면 된다고 했다. 당의 역량이 모자라 비례대표를 내고 지역구엔 후보를 못 내는 정당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결국 위성정당 이익을 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조항으로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민심과 함께하지 않으면 180석을 얻어도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했다. 양당 독점 선거법으로 퇴행해 몇석 더 얻어 의석수가 많아도 30% 민심에 턱걸이하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며 “양극화 정치, 적대적 공생 정치를 끝내기 위한 선거제 개혁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2+2 협의체 밀실 협상 규탄 성명을 주도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도 “국민의힘이 버틴다고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민주당은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타협이 안 된다고 그들의 요구에 굴복할 게 아니라 안 되면 현행 준연동형제로 총선을 치르고,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민주당은 진보진영 전체와 손을 잡는 연합정치로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진보진영의 원로들은 지난 9일 밤 이재명 대표를 만나 ‘병립형 회귀는 국민의힘과의 야합’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공동행동 핵심 관계자는 “원로들은 이 대표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하고, 민주당은 절대 위성정당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정치연합의 판을 크게 짜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인지 이 대표와 민주당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인사들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발생할 문제 등 여러 고민을 밝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병립형 수용을 결심한 게 아니라는 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임박 시점까지 선거법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과거에 한달 앞두고 선거법을 처리한 일이 많다. 지금은 정개특위, 2+2 협의체 모두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고, 지도부가 결단하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