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해산하자’는 논의를 출범 초기에 했다고 김경진 혁신위원이 13일 공개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하라’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권고에도 당내에 별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종료하자는 대화가 오고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혁신위 역할이 의미가 없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이라는 것은 현재까지는 가정적 고려”라며 “현 시점에서 혁신위 조기 종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임기는 다음달 24일까지다. 김경진 혁신위원의 이날 ‘조기 종료 검토’ 발언은 혁신위의 활동이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보다 일찍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 혁신위원의 발언은 최근 혁신위의 제안들에 가시적 움직임이 뒤따르지 않는 가운데 나왔다. 인요한 위원장은 특히 지난 3일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 4선)와 영남 중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즉답을 미뤘다. 대표적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 3선)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기념식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페이스북에 알리며 오히려 세 과시를 했다. 자신의 핵심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이 단체의 행사에서 장 의원은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거절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인요한 위원장은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냥)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며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이티비시(JTBC)에 출연해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 특단(의 대책)이 나온다”고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이 교수로 몸담고 있는 연세대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갑 출마설에 관해서도 “아니다. 다 내려놨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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