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오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는 30일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계 핵심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정식 건의안으로 채택하기로 한 가운데, 혁신위와 당 주류 사이의 힘겨루기가 고조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26일 엠비엔(MBN) 인터뷰에서 혁신위와 당 지도부의 갈등에 관해 “한걸음 더 나아가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 등이) 혁신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혁신해야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도 여론전에 나섰다.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2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진 용퇴·희생론에 관해 “우리가 택하고 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아니면 버림받느냐의 길이기 때문에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기현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지난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연 의정보고회에서 “의정보고회를 한다니까 ‘왜 하느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 황당하다. 지역구를 가는데 왜 시비인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 이야기한다. 직접 만나서 프리토킹한다”며 ‘윤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부각했다.
친윤계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겨레에 “혁신위가 순수성을 잃었다”며 “혁신위가 (당 지도부 등 용퇴를 요구하며)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30일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중요한 날이다. 혁신위는 자기들만 살겠다고 저러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한겨레에 “이달 안에 김기현 대표가 (용퇴를) 발표할 가능성이 없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친윤계는 당 일부에서 나오는 ‘김기현 대표 사퇴 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비대위는 없다”(친윤 의원)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인요한 위원장은 26일 오후 충남 태안군 홍익대만리포해양연수원에서 한 국민의힘 서산·태안 당원협의회 행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지칭하며 “준석이가 버르장머리 없지만 그래도 가서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하는데 부모 욕을 박는(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패드립(패륜 발언)이 혁신입니까”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대구/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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