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추진과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등을 두고 치열하게 맞서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 안에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 4일부터 여야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협상에 나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9일)까지 속도전을 펼친다는 계획이지만,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국정조사 등 곳곳에 뇌관이 남아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긴 3일 여야는 서로 ‘지각 처리’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의 습관성 ‘묻지마 탄핵’과 ‘막가파식 특검’ 폭주로 국회의 정상 기능이 마비되고 국정 운영 발목잡기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국민 삶과는 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400건이 넘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막혀 계류돼 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민생을 입에 담으려면 즉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고 법사위를 즉시 열어 계류된 법안들의 처리에 협조하라”고 맞섰다. 여당 소속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등의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 전 단계인 법사위 개의를 막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4일부터 여야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이 협의체를 꾸려 예산안 담판에 나설 전망이지만, 이 또한 산 넘어 산이다. 여야의 감정이 냉랭한 탓에 예결위 차원에서의 예산안 논의 역시 공전됐다는 게 예결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임위 심사 단계부터 여야가 격렬히 대치한 △과학기술계 연구개발(R&D) 예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새만금 사업 예산 △신재생에너지 지원 예산과 소형모듈원전(SMR) 예산 등 쟁점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단 것이다. 예결위 ‘소소위’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사업별 예산 조정은 물론 예산 증·감액 규모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내년도 예산 총액 범위 내 심사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정부 예비비로 편성된 5조원 중 2조원을 감액하는 등 정부 예산을 깎아서라도 알앤디 예산 등 필수 예산들을 확보하겠다”(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장이다.
여기에 쌍특검 법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 예산안 처리는 연말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9일 전에 쌍특검 법안을 처리하고, 이달 안에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요구안 처리를 관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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