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에 대한 응답 시한으로 제시한 4일. 그러나 정작 이날 최고위원회에는 이 안건이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혁신위 내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해산’ 등 향후 대책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혁신위에서 최고위 쪽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다”며 “혁신위가 해야 할 역할과 공천과 관련된 기관이 해야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 (최고위가) 정할 수 없는 내용으로 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혁신위) 본연의 역할,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4일을 답변 시한으로 제시했다. 박 수석대변인의 언급은 안건 보고 여부와 상관없이 혁신위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당대표도 혁신위 제안 수용 여부에 관한 물음에 “수고들 많다”며 답을 피했다.
이에 오신환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최고위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제 당 기획조정국에 물으니 향후 혁신위 안건을 모두 모아 상정하라고 했다고 했다. 목요일(7일)에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혁신위 내부의 이견도 표출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조기 해체론이 나온 바 있는 혁신위는 일부 외부 혁신위원들을 중심으로 김기현 대표 사퇴 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김기현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혁신위원들은 비대위 전환은 ‘질서 있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혁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혁신위 내부의 비대위 전환 의견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건 혁신위가 주장할 내용이 아니다. 혁신위 내부에서 조기 해산, 비대위 체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의견이 모인 것은 없다”며 “혁신위 안건은 정제된 형태로 나와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순 있지만, 마음대로 주장한다고 다 받아 줄 수 있느냐. 안건은 하나의 목소리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회의에서) 몇번이나 얘기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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