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10일 국회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농성 천막을 방문해 이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체제’를 작심 비판하는 이낙연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향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와의 회동을 추진하며 ‘이낙연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12일 한겨레에 “총리께서 이제 앞으로 막 나아가시는 것 같다. 아무리 측근들이 속도를 조절하라고 해도 본인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 돌아오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전날 엠비엔(MBN) 인터뷰에서 “새해에 새로운 기대를 국민께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표 쪽은 이 전 총리와의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 전 총리가 격앙된 상태라 만나도 득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지난 7일 이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지난번처럼 사진 한장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축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총리의 말씀이 너무 거칠어 잘못하면 베일 것 같다. 대화할 의사가 없는데 대화하면 역작용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 만나봤자 당대표직을 사퇴하라거나, 공관위원장 자리를 달라는 요구만 할 텐데 대화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신 이 대표는 다음주께 김부겸 전 총리, 그다음 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의 일대일 만남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 3총리 연대’ 파장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신당을 추진하더라도 당내에서 호응할 의원이 현실적으로 적다는 것도 이 대표가 만남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은 “이 전 총리를 따라갈 의원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친명계는 이 전 총리를 거칠게 비판했다.
김민석 의원은 이 전 총리를 ‘사쿠라’라고 칭하며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을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이 전 총리는 결국 이 대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건데, 떠나더라도 아름답게 떠나야지 너무 지저분한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내어 “이 전 총리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내 분란을 일으킨 것에 사과하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와 이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등은 오는 18일 서울 용산 씨지브이(CGV)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브아이아피(VIP) 시사회에 초대받아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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