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5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주장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보수층 내 높은 인기와 젊음 등을 들어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자,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 “정치 경험 부족” “또 검사”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명됐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원장 인선 등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상 의총을 열었다. 105분 동안 의원 18명이 발언대에 섰다.
친윤계 의원들이 먼저 나서 ‘한동훈 비대위’를 주장했다. 첫 발언자인 친윤 재선 김성원 의원(여의도연구원장)은 “한 장관을 삼고초려로 모셔와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의원은 “판을 흔들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비대위원장이 서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을 얻는 분을 빨리 세워야 하는데, 그게 한 장관”이라 했다. 그 직후 지성호 의원도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유력한 분은 한 장관”이라고 거들었다.
이러자 비윤계 이용호 의원은 “비대위는 실제 지휘할 능력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로 되는 거 아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해서는 위험하다”며 한동훈 비대위에 반대했다. 4선의 김학용 의원도 “한 장관이 보수 쪽에서 대단히 인기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적절치 않다”며 “정치 경험에 비추어 볼때 한 장관보다 원희룡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더 적임자”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리기 위해 이 자리 만든 것 같은데 깽판 치러 나왔다”며 강도 높게 반대했다. 그는 “얼마 전에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딸인) 김주애를 ‘샛별 여장군’이라고 했는데, 오늘 우리 당에서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때문에 우리 당 지지율이 낮다. 우리 당의 문제는 ‘용산 2중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국민 누구나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생각하는 한 장관을 올리면 총선을 하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그는 “(의원) 숫자 부족하면 탄핵당한다. (4월 총선에서 패배해) 내년에 또다시 탄핵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윤계 이용 의원이 “그만하라”고 소리쳤고, 김 의원이 “들으라”고 맞받아치며 회의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러면 (의총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밖에 친윤 김석기 의원(최고위원)은 한 장관과 원희룡 장관을 함께 언급하면서도 “한 장관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버금가는 지지를 받는다”며 한 장관에 무게를 뒀다. ‘한동훈 비대위’를 주장한 의원이 3명, 명시적으로 이에 반대한 이도 3~4명으로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의총에서는 수직적 대통령실-당 관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그동안 당이 대통령실의 직속기관, 대통령의 부하 직원인 것 같은 인식을 줬다”(서병수 의원), “국민의힘은 죽은 정당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김학용 의원), “비대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은 윤심 논란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박형수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을 마무리하면서 “비대위원장 선임 관련해 의견을 모으고자 했는데 오늘 의총 결과로 판단하기 난해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고,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나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기준에 대부분 공감해주셨다”고 했다.
이날 의총을 두고 의원들은 “친윤 주류 쪽에서 한 장관을 미는 모양새다. 한동훈 비대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중진 의원), “친윤들이 한동훈 비대위를 띄우려다 실패한 것”(한 초선 의원) 등 엇갈린 평을 내놨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정해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실시할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 등 3~4개 부처 개각에 한 장관이 포함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국회에서 의원·당협위원장 등 227명을 모아 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 관련 추가 의견 수렴을 한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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