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 시기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우리 관련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신문이 거론한 북쪽 단체들은 1990년대 이후 탈냉전기에 남북 민간교류에 관여해온 조선노동당 ‘외곽기구’들이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역사적인 당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26∼30일)에서 제시하신 대남정책 전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적 부문 일군들의 궐기모임이 12일에 진행됐다”며 이렇게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연말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 사업 부분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에서는 지난 1일부터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대남 부분 기구 정리가 시작됐다.
남과 북, 해외 ‘3자 연대 통일운동’을 표방하는 범민련의 북측본부는 1991년 1월25일 결성됐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는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만들어졌고, 해외위원회와 남측위원회가 따로 있다. 민족화해협의회는 1998년 만들어져 남북 사회문화 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북쪽 협상 창구로 활동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기존 대남 기구들을 외무성, 내각총리 산하, 군부 등에 분산 재배치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남 경제협력을 맡아온 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이번 개편에서 빠진 게 특징이며 향후 경협기구 정리 여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궐기모임 보도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대남 위협적 수사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는 내부 논의 이후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