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진대안포럼 ‘복지사회, 꿈이 아니라 대안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겨레신문사 옥상 하니동산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김연명 중앙대 교수, 고세훈 고려대 교수, 이일영 한신대 교수,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소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⑫ 복지사회, 꿈이 아니라 대안이다
복지국가미래 공유하는 ‘시민·노동·정치 연합’ 필수적
특정 모델 대신 정책 아이템 우리 실정 맞게 수용을 강남의 귤도 강북에선 탱자가 된다. 복지국가·복지사회를 ‘꿈이 아닌 현실의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이라는 풍토를 따지는 일이 꼭 필요하다. 참석자들은 복지 개념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제대로 된 복지제도가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지만, 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낡은’ 느낌을 주는 한국적 특수성을 극복하려는 고민이기도 했다. 우선 서구 복지의 묘목을 그대로 옮겨 심기엔 한국이라는 땅이 척박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김연명 교수는 “한국에는 (최근 유럽국가처럼) 축소할 복지제도 자체가 없고, 돌봄노동 등의 분야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황무지에 복지를 뿌리내릴 수 있게 하려면 “1960·70년대 서구 복지국가 모델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판 위에 생태와 젠더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국형 복지모델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었다. 신정완 교수도 “평화·여성주의·자율·분권 등의 가치와 연계한” 복지 모델의 재구성을 말했다. 이일영 교수는 분단상황을 고려하는 복지 개념을 언급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1천만명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통합의 이행기를 염두에 두는 ‘한반도 복지’의 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호기 교수는 “국가발전모델을 품고 있는 복지모델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복지는 주로 “시장에서 밀려난 실패자들에 대한 사후적 보장차원”으로 이해됐는데, 이제부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투자 개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제안은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횡행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발전을 보증하는 복지의 개념이다. 다만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복지 개념의 재구성보다 더 급한 게 “복지의 고유한 영역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럽처럼 국가복지가 어느 정도 완결된 국가에서 거론되는 새로운 가치들”을 복지라는 개념에 섞어 놓을 경우, 국민들이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국가모델을 통째로 이식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여러 정책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지적도 많았다. 전병유 소장은 “국가 모델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각 국가들이 채택한 정책 아이템 하나하나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한 복지모델을 먼저 정돈하려 하기보다 복지정책의 벽돌을 하나하나씩 쌓자는 이야기다. 김연명 교수도 “우리는 흔히 복지국가 하면 노동정당 등 거대한 것을 생각하지만, 실은 국가청렴도, 성 평등, 환경문제 등도 복지국가의 중요한 장점”이라며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좋은 나라의 더 좋은 장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개념의 유기적 재구성 및 강화와 함께 반(反)복지연대를 깨뜨릴 새로운 ‘복지연대’의 형성도 많이 거론됐다. “현재 노동운동, 시민운동, 진보적 지식사회 등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는 복지이지만, 이를 끌고갈 중심세력이 없다”(신정완 교수)는 문제의식이 강했다. 김연명 교수는 “복지국가의 미래를 공유하는 시민사회, 노동운동, 정치세력의 연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구에선 노동정당이 이를 주도했지만, 한국 노동운동의 역량과 조건을 고려할 때, 아직은 ‘노동정당 주도의 복지국가 건설’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고세훈 교수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모두 포괄하는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김연명 교수는 이런 ‘복지연대’의 작동을 위해 진보개혁세력이 특정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복지사회의 모범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서 진보적 생활정치의 표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20~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지국가의 구체적 미래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일영 교수는 구체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진보개혁세력의 ‘사명’과 같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세력은 모든 문제 앞에서 ‘그냥 시장으로 해결하자’고 말하면 된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은 다르다. 사회적 공공성의 문제를 누가 어떻게 풀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진보 전문가 61명 참여한 1부 막내려
구체 대안 제시할 2·3부는 7월부터 2006년 장기 기획으로 시작한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를 마친다. 1월 새해특집기획 및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2월부터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1부 ‘대안을 향한 성찰’을 주제로 연쇄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 사회의 막힌 매듭을 주요 분야·쟁점별로 살폈다. 3월에는 노사정 대표자를 불러 긴급현안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모두 63명의 지식인·정책전문가·시민사회운동가 등이 참여했다. 중복참여자를 포함한 참여 연인원은 90여명에 이른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참 선진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시장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약속하는 미래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더 많이 누리는 세상이 참 선진사회라고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믿는다. 다만 진보개혁세력은 그 곳으로 가는 구체적인 대안을 밝히는 일에 소흘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짚고 무엇이 갈 길인지 밝히려 한다. 그동안의 연쇄 토론은 미래를 염려하는 지식인·정책전문가·운동가들에게 성찰과 모색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감히 자평한다. 올 상반기 여러 진보개혁 싱크탱크의 출범 등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제도와 운동을 잇고, 이념과 정책을 잇는 일이 진보개혁세력 최대의 과제로 떠오른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앞으로 5월과 6월에 걸쳐 〈한겨레〉 창간기념특집토론, 긴급현안토론 등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7월 이후에는 2부 ‘미래를 향한 대안’, 3부 ‘참 선진사회를 찾아서’ 등을 주제로 한 연재기획을 계속 싣는다. 지금까지의 각 토론회 전문과 관련 기사들은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에서 읽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특정 모델 대신 정책 아이템 우리 실정 맞게 수용을 강남의 귤도 강북에선 탱자가 된다. 복지국가·복지사회를 ‘꿈이 아닌 현실의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이라는 풍토를 따지는 일이 꼭 필요하다. 참석자들은 복지 개념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제대로 된 복지제도가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지만, 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낡은’ 느낌을 주는 한국적 특수성을 극복하려는 고민이기도 했다. 우선 서구 복지의 묘목을 그대로 옮겨 심기엔 한국이라는 땅이 척박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김연명 교수는 “한국에는 (최근 유럽국가처럼) 축소할 복지제도 자체가 없고, 돌봄노동 등의 분야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황무지에 복지를 뿌리내릴 수 있게 하려면 “1960·70년대 서구 복지국가 모델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판 위에 생태와 젠더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국형 복지모델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었다. 신정완 교수도 “평화·여성주의·자율·분권 등의 가치와 연계한” 복지 모델의 재구성을 말했다. 이일영 교수는 분단상황을 고려하는 복지 개념을 언급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1천만명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통합의 이행기를 염두에 두는 ‘한반도 복지’의 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호기 교수는 “국가발전모델을 품고 있는 복지모델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복지는 주로 “시장에서 밀려난 실패자들에 대한 사후적 보장차원”으로 이해됐는데, 이제부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투자 개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제안은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횡행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발전을 보증하는 복지의 개념이다. 다만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복지 개념의 재구성보다 더 급한 게 “복지의 고유한 영역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럽처럼 국가복지가 어느 정도 완결된 국가에서 거론되는 새로운 가치들”을 복지라는 개념에 섞어 놓을 경우, 국민들이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국가모델을 통째로 이식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여러 정책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지적도 많았다. 전병유 소장은 “국가 모델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각 국가들이 채택한 정책 아이템 하나하나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한 복지모델을 먼저 정돈하려 하기보다 복지정책의 벽돌을 하나하나씩 쌓자는 이야기다. 김연명 교수도 “우리는 흔히 복지국가 하면 노동정당 등 거대한 것을 생각하지만, 실은 국가청렴도, 성 평등, 환경문제 등도 복지국가의 중요한 장점”이라며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좋은 나라의 더 좋은 장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개념의 유기적 재구성 및 강화와 함께 반(反)복지연대를 깨뜨릴 새로운 ‘복지연대’의 형성도 많이 거론됐다. “현재 노동운동, 시민운동, 진보적 지식사회 등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는 복지이지만, 이를 끌고갈 중심세력이 없다”(신정완 교수)는 문제의식이 강했다. 김연명 교수는 “복지국가의 미래를 공유하는 시민사회, 노동운동, 정치세력의 연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구에선 노동정당이 이를 주도했지만, 한국 노동운동의 역량과 조건을 고려할 때, 아직은 ‘노동정당 주도의 복지국가 건설’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고세훈 교수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모두 포괄하는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김연명 교수는 이런 ‘복지연대’의 작동을 위해 진보개혁세력이 특정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복지사회의 모범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서 진보적 생활정치의 표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20~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지국가의 구체적 미래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일영 교수는 구체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진보개혁세력의 ‘사명’과 같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세력은 모든 문제 앞에서 ‘그냥 시장으로 해결하자’고 말하면 된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은 다르다. 사회적 공공성의 문제를 누가 어떻게 풀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진보 전문가 61명 참여한 1부 막내려
구체 대안 제시할 2·3부는 7월부터 2006년 장기 기획으로 시작한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를 마친다. 1월 새해특집기획 및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2월부터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1부 ‘대안을 향한 성찰’을 주제로 연쇄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 사회의 막힌 매듭을 주요 분야·쟁점별로 살폈다. 3월에는 노사정 대표자를 불러 긴급현안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모두 63명의 지식인·정책전문가·시민사회운동가 등이 참여했다. 중복참여자를 포함한 참여 연인원은 90여명에 이른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참 선진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시장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약속하는 미래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더 많이 누리는 세상이 참 선진사회라고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믿는다. 다만 진보개혁세력은 그 곳으로 가는 구체적인 대안을 밝히는 일에 소흘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짚고 무엇이 갈 길인지 밝히려 한다. 그동안의 연쇄 토론은 미래를 염려하는 지식인·정책전문가·운동가들에게 성찰과 모색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감히 자평한다. 올 상반기 여러 진보개혁 싱크탱크의 출범 등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제도와 운동을 잇고, 이념과 정책을 잇는 일이 진보개혁세력 최대의 과제로 떠오른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앞으로 5월과 6월에 걸쳐 〈한겨레〉 창간기념특집토론, 긴급현안토론 등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7월 이후에는 2부 ‘미래를 향한 대안’, 3부 ‘참 선진사회를 찾아서’ 등을 주제로 한 연재기획을 계속 싣는다. 지금까지의 각 토론회 전문과 관련 기사들은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에서 읽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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