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5·31 D-9
5·31 지방선거가 10일도 남지 않았으나, 선거전 초반의 판세가 고착화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9~20일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서울, 경기, 광주, 대전, 제주 등 5곳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과 경기에선 한나라당, 대전은 열린우리당, 광주는 민주당, 제주는 무소속 후보가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서울과 경기는 700명씩, 나머지 3곳은 500명씩 모두 2900명의 성인 남녀를 상대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한계가 각각 서울·경기 ±3.7%포인트, 광주·대전·제주 ±4.4%포인트다.
오세훈 ‘더블스코어’ 강금실 30대만 앞서
서울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계속됐다. 오 후보는 47.6%를 얻어, 22.6%에 그친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24.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더블 스코어’로 앞서는 상황이다.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고 밝힌 적극적 투표층에서는 오 후보의 지지율이 54.8%인데 반해 강 후보는 18.8%로,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연령별 지지율을 봐도, 30대를 뺀 모든 연령층에서 오 후보가 강 후보를 앞섰다. 20대(19살 포함)에서도 오 후보가 40.8%를 얻어 27.8%에 머문 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강 후보는 30대에서만 37.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5.1%를 얻은 오 후보를 근소하게 눌렀다.
오 후보의 우세는 성별이나 거주지역과도 무관했다. 오 후보는 남성과 여성 유권자로부터 각각 48.7%, 47.5%를, 강 후보는 각각 21.6%, 23.5%를 얻었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강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이 6.8%인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자 가운데 오 후보를 선택한 사람이 15.3%에 이른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주선 민주당 후보,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 임웅균 국민중심당 후보 등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은 판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다.
김문수 부동의 1위 진대제 인물평가 좋아
경기지사 선거전 역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흔들림없는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후보는 36.4%,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는 17.7%의 지지율로, 갑절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적극적 투표층에선 김 후보의 지지율이 46.3%로 크게 높아지지만, 진 후보의 지지율은 18.3%로 거의 변함이 없어 격차가 더 커진다.
연령대별로는 20대(19살 포함)에서만 진 후보가 27.0%의 지지율로 김 후보(19.8%)를 앞설 뿐, 나머지 모든 연령대에서 김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직업별로 보면, 김 후보 49.6%, 진 후보 12.8%로 나타난 자영업자층에서 한나라당 후보 지지세가 뚜렷했다.
그렇지만 인물 평가에서는 두 후보의 차이가 8.3%포인트까지 좁혀진다. ‘정당을 떠나 인물만을 놓고 보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진 후보는 지지율과 큰 차이 없는 18.1%를 얻은 반면, 김 후보는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26.4%로 나타냈다.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61.2%가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38.8%는 ‘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김용한 민주노동당 후보는 5.1%를 기록했다.
염홍철 ‘순항’ 유지 국중당 바람 조용
대전은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유지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열린우리당 24.8%, 한나라당 27.2%로 한나라당이 조금 더 높지만, 인물 평가에서 염홍철 후보 43.6%,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 9.0%로 워낙 크게 기울어 있는 탓이다.
응답자 중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324명에게 지지 후보 변경 가능성을 물었더니, ‘끝까지 지지할 것 같다’ 63.0%, ‘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7.0%였다. 이런 수치라면 박 후보가 염 후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35.2%가 변수이긴 하지만,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이들이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탓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41.9%가 ‘선거일 2~3일 전’, 25.6%는 ‘이번 주 중’, 17.3%는 ‘선거 당일’이라고 응답했다.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간의 ‘괴리현상’이 큰 대전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의 파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남충희 국민중심당 후보는 5.0%에 그쳤다. 국민중심당 바람이 대전에서 거의 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 박광태 굳건 열린우리 힘 못써
광주는 열린우리당의 ‘전략 지역’이다. 열린우리당은 “여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렇지만 조사 결과는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조영택 열린우리당 후보는 지지율이 17.2%에 그쳐, 박광태 민주당 후보의 38.4%에 크게 뒤졌다. 연령별, 직업별로도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여론 주도층인 40대에서는 조 후보 10.6%, 박 후보 38.9%로 더 두드러졌다.
다만 성별로는 눈길을 끄는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조 후보 15.6%, 박 후보 48.1%였지만, 여성은 조 후보 18.7%, 박 후보 29.2%로 차이가 좁혀졌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무응답’인 비율은 전체로 33.0%였는데, 남성은 23.9%, 여성은 41.6%였다.
정당 지지율도 ‘엎치락 뒤치락’한다는 열린우리당 주장과 달리, 열린우리당 19.4%, 민주당 32.2%로 차이가 났다.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엔 40.6%가 ‘그렇다’고 답해, 조사지역 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는 8.4%였고, 10% 이상 득표가 목표인 한나라당의 한영 후보는 3.0%에 그쳤다.
무소속 김태환 텃밭 한나라 현명관 추격
제주는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22.4%를 기록해, 31.4%인 무소속의 김태환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는 12.6%에 그쳐 당선권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 쪽은 “선거 막판으로 가면 현 후보가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김 후보 쪽은 “판세가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열린우리당 18.2%, 한나라당 30.0%였다. 후보에 대한 인물 평가는 진후보 13.2%, 현 후보 17.6%, 김 후보 31.8%로 나왔는데, 후보 지지도와 비교해 보면, 현 후보가 정당 덕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33.0%만 진철훈 후보를 찍겠다고 했고, 그보다 많은 36.3%가 김태환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26.7%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한 김태환 후보를 지지했다.
지역별로는 4개 시·군 가운데 제주시만 현 후보 25.8%, 김 후보 27.7%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다른 지역은 김 후보가 많이 앞섰다. 투표할 의향은 ‘반드시 투표하겠다’ 67.6%, ‘웬만하면 투표하겠다’ 11.0%로 꽤 높은 편이었다.
성한용 선임기자,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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