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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긴급좌담] “개혁적 중도 잡는 쪽이 대선승리”

등록 2006-06-01 19:32수정 2006-06-02 15:12

여당 참패 의미와 그 이후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한나라당의 유례없는 압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선거 판세를 결정지은 요인, 정치적 의미, 내년 대선까지의 전망을 짚어 보았다. 긴급 좌담은 1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성한용 선임기자 사회로 진행했다.

사회 한나라당의 승리는 반사이익인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은 것인가?

<b>손혁재</b>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혁재 반사이익의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일정하고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한나라당이 나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계층이 능동적으로 형성됐다. 뉴라이트 세력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확고한 지지계층이 확인됐다.

김형준 한나라당 압승의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열린우리당의 핵심 지지층이 붕괴했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양분됐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했지만,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경기 침체로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했다. 둘째, 이번 선거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였다. 미국은 4년 중임이라 중간평가가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5년 단임제에서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중간평가가 된다.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 바람으로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하지 못했다. 3년 동안의 평가가 총체적으로 이뤄졌는데,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몰매를 맞았다. 셋째, 열린우리당에는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지지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이고 지역 기반도 있다. 피습 사건까지 더해져 보수 세력을 결집했고 부동층을 선거로 이끌었다.

<b>김형준</b> 국민대 교수
김형준 국민대 교수
한나라당 지지층 확고해져
보수의 위기가 능동적 촉발
개헌논의는 물밑 가라앉을듯

열린우리당이 완패한 것은 민심을 못 얻었기 때문이다. 중산층 붕괴, 양극화로, 기존 지지층은 ‘열린우리당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됐다. 무능하고 갈등을 일으킨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열린우리당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국민을 설득해 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지금까지 도덕적 우월주위를 바탕으로 한 계도적 민주주의 빠져 있었다. 이제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도 심도있게 논의할 단계에 왔다.

사회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붕괴했나, 일시적으로 이탈했나?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지도가 51%였는데, 이번에는 54% 정도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은 와해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탈했다. 범 여권은 분열되어 있었고, 야당은 뭉쳐 있었다. 지방선거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지만 대선은 완전히 다르다. 대선은 인물이나 미래 비전을 보고 투표한다. 열린우리당은 얼마든지 지지층을 결집할 기회가 있다.

2004년 이후 과연 무엇을 했나를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망해서 등을 돌려 있다가 완전히 떠난 유권자들이 나타났다. 또 지역주의가 다시 나타났다.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계급적 이해에 따른 ‘강남주의’ 같은 것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지역주의가 다시 작동했다. 특정지역 기반이 없는 열린우리당이 패배하고,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얻었던 민주노동당이 울산은 물론이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겨우 3%를 얻었다.

국민들은 이 정부의 기본적 방향축인 균형발전과 분권에 동의한다. 그러나 추진 방식에서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선진화와 분권화, 균형화라는 방향성은 인정을 하고 추진 방식에서는 합의를 이뤄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현 정부의 방향성까지 부정하면 반대 급부로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빨리 결집할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는 30%를 조금 넘고, 진보는 30%에 조금 못미친다. 30% 보수의 상당수는 여전히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계속 2번만 찍었던 28% 정도는 이번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층은 참여정부가 잘한다고 보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 중 일부는 ‘휘발성 지지’다.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다. 성추행 사건과 공천 비리는 물밑에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대선에서 과연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대안을 내놓고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노 정권 ‘중간평가’
열린우리 지지층 ‘일시적 이탈’
대통령 탈당 빨라질 수도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치 심판,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 권영길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웠다. 이회창은 과거, 노무현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 권영길은 먼 미래에 초점이 있었다. 국민들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변화를 요구했다.

한국의 선거에는 법칙이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회고적 투표’, 대선은 ‘전향적 투표’를 한다. 어쨌든 열린우리당은 이번에 완전히 붕괴되어 새로이 출발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가 어려울때는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하고 호황일때는 전향적 투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내년 대선 시점에 경제가 어떤가에 따라 회고적 투표가 될지, 전향적 투표가 될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이념 지형의 문제를 살펴보자. <한겨레> 조사로는 보수와 진보가 모두 줄고 중도가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이번 선거와 관련이 있나?

중도의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0을 중도로 보고 <한겨레> 조사를 뜯어보면, 중도는 -0.1074, 진보는 -0.1458, 보수는 +0.083이다. 중도의 방향성은 진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 번 진 것은 중도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도에는 개혁· 변화를 지향하는 성향이 내재되어 있다. 거꾸로 보면, 과거 386 세대가 빠르게 중도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제대로 하고 체감하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중도의 성향은, 원론은 진보, 각론은 보수다.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면 진보에 힘을 실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수로 쏠린다. 또 보수는 줄어 들었지만 ‘능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보수는 정부가 자신들의 세력을 대변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그냥 있으면 푸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시점을 파고 든 것이 ‘뉴라이트’다.

자료를 보면, 2002년에 견줘 2006년에는 일관된 보수가 4~5%포인트 늘어 22.6%가 됐다. 진보가 대선에서 두번 승리하면서 찾아온 보수의 위기가 보수의 능동화를 부추겼다.

그럼에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진보 쪽이 우세한 지형이다.

사회 정계개편과 개헌에 대한 생각은?

대선을 앞두고 항상 정계개편은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런 합종연횡을 앞당기고 그 폭을 크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계개편이 당장 폭발적으로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논의는 많되 합의는 못 이루는 그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다. 개헌은 완전히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주도 세력이 없어졌다. 한나라당은 개헌을 할 이유가 없고, 열린우리당이 꺼내면 정치적 수세를 깨려는 꼼수로 비친다.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워 그 뒤에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로 보면 탈당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래야 범여권의 결집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변수다.

지금 노 대통령의 탈당은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시점을 신중히 따질 것이다. 정개개편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 축이 있는데,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이른바 ‘달빛효과’을 보고 있다. 추대 형식이라면 몰라도, 고 전 총리가 정개개편의 중심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비상시국을 헤쳐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선까지 1년6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지에 따라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것이다.

정리/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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