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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이뻐서 찍은게 아닌걸 실감했죠”

등록 2006-07-19 19:23수정 2006-07-19 23:24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가 19일 오후 충남 아산 방축동 하나로마트에서 일일직원으로 일하며 손님의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손 전 지사쪽 제공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가 19일 오후 충남 아산 방축동 하나로마트에서 일일직원으로 일하며 손님의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손 전 지사쪽 제공
‘100일 민심기행’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치 이야기는 별로 안 합디다. 한나라당 새 대표가 누가 되고, 사무총장이 누구 계열이고 하는 것들은 백성들 생활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니까.”

지난 6월30일 경기지사 이임식을 마치자마자, ‘100일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야인 손학규’를 19일 충남 아산에서 만났다. 민심기행이 스무날째로 접어들면서 깎지 않은 수염이 텁수룩해져 있었다. 더부룩한 머리칼에 배낭 하나, 슬리퍼 차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등에선 ‘김삿갓류’의 방랑 냄새마저 풍겼다.

“밑바닥 소리 들어보니 당심과 민심 크게 어긋나”
‘야인’ 차림으로 농민 만나고 기행일기 매일 띄워

한나라당 당직 인선 평가부터 물었더니, 그는 ‘민심’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나라당이 예뻐서 찍은 것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의 최고위원과 당직 인선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틀 만에 신문을 봤다”며 “현정부에 대한 반작용이 강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이지,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심과 다른 당심이 뭐냐’고 물으니,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정치, 정치인들만을 위한 정치가 주가 되고, 일반 국민들은 배제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밑바닥에서 접한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예뻐서 표를 몰아준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자만하지 말고, 냉혹하게, 냉정하게, 겸허하게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당할 수 있다(대선에 패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장파들을 두고서도 따끔한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소장파가 진출하지 못한 것이 소장파와 개혁세력의 현 위치”라며 “나이가 적어 소장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 당 혁신의 중심에 서야지, (예전 정치인처럼) 세 불리기나 세 과시에 나서는 건 스스로 차별성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등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 몇 차례 질문을 했으나, 그는 정치학자 출신으로서의 원론적 설명마저도 피했다. 대신 지난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거론하며 속내를 조금 내비쳤다. “위에서 찍어 내려보내는 것뿐 아니라, 불합리한 공천(부적절한 인사의 공천)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과 무관한 중앙당 일변도의 정치행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정쟁이나, 대선에 대해선 말을 피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교육, 부동산 등 정책 분야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아침 충남 당진의 농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격론을 벌였던 그는 “자유무역 추세를 거역할 순 없고,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정책에 대해선 “평준화는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는 “교육 경쟁력 강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자립형 사립고 등 민간 부문의 교육투자 기회를 열어주는 한편, 공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동시에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심기행은 10월6일까지 =그의 민심기행은 오는 10월6일 끝이 난다. 추석 다음날이다. 전남 장성에서 시작해 해남, 강진, 보성, 광양, 여수, 김제, 부안, 고창, 보령, 청양, 홍성, 당진 등 전남·북과 충남의 농촌 지역을 주로 거쳤다.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미역 양식장, 녹차밭, 인삼밭, 양돈 농가, 장갑 공장 등이 일터였다. 마을회관이나 농가에서 잠을 잔다. 수행원은 선발대를 포함해 6명이다.

매일 아침 홈페이지에 기행일기를 직접 띄운 뒤, 온종일 일을 한다. 점심·저녁 자리는 민심을 듣는 시간이다. 이날 과수 농민들의 말을 들을 때도 마치 기자처럼 수첩에 빼곡이 기록하며, 수치나 지명 등 세밀한 부분은 되묻기도 했다.

농민들은 처음엔 ‘좋은 말’만 해주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정치인들 욕도 하며 맺힌 말을 토했다. 그는 고개만 끄덕이고, 열심히 옮겨적을 뿐 섣불리 약속은 하지 않았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에는 아산 방축동 하나로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했다. 밤에는 수해복구를 위해 충북 단양으로 향했다.

그는 경북~경남~강원 등의 농촌 지역 ‘1차 순례’를 끝낸 뒤, 그 다음에는 중소 도시 위주로 ‘2차 순례’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도시 지역의 ‘3차 순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손 전 지사는 민심기행 이후 계획에 대해선 “뚜렷한 게 없다. 처음 길을 나설 땐 몇 달 동안 잊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고만 밝혔다. 아산/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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