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지사
한나라 정체성 ‘각’세운 손학규 전 지사 인터뷰
진행=성한용 선임기자
경선과정 줄세우기·세몰이 폐습 엄존
한나라 지지율 ‘거품’…반드시 변한다
범여권진영서 영입 제의 받은바 없어 손학규 전 지사는 요즘 속된 표현으로 ‘열’을 받아 있다. 디제이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당내 보수세력의 공격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명박 전 시장이 “70~80년대에 빈둥거리면서 혜택을 본 사람들”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경선에 과연 참여할 것인가? 결국 탈당을 하는 것은 아닌가? 여러가지가 궁금했고, 긴급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88주년 삼일절인 1일 아침 그는 <한겨레>와 <와이티엔>이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5㎞를 뛰었다. 인터뷰 취재팀(성한용 권태호 조혜정 이정아 기자)이 약속대로 오후 2시30분에 서울 인사동 ‘민가다헌’에 도착했다. 그는 민주계 맏형이었던 최형우 전 장관과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오후 3시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사진을 위해 잠시 분장을 한 뒤 말문을 열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말투는 그답지 않게 무척 단호했다.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따끈따끈한 이슈가 너무 많다. 손학규 전 지사 발언이 너무 단편적으로 소개된다. 어디서 기자들과 한두 마디 나눈 것만 나온다. 그런 말씀 하시는 배경이 궁금하고, 독자들과 유권자들에게 정보 전달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책과 관련된 포괄적인 생각을 여쭙는 것은 아니다. 현안에 관련되고 집중적인 것으로, 내용도 늘어지게 하지 않는다. 보충 질문 여러 번 드릴 수 있으니 양해 해달라. =끝까지 물어늘어지겠다고?(웃음) -아침에 <한겨레>-와이티엔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명박 전 시장과 거기서 뵈었는데, 소음이 많아서 무슨 말씀 나눴는지 못들었다. =오늘 왜 마라톤 안뛰냐고. 왜 복장이 그러냐고. 그거 입고 어떻게 뛰겠냐고 했더니 오늘 못 뛴다고.
-‘70~80년대 빈둥빈둥’ 발언 관련해서 얘기한 것 아니냐? =정치인들이 그런 데서 만나서 그런 얘기하나? -제일 관심가는 부분은 한나라당이, 주류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진 모르지만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역사의식에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해명하긴 했지만 ‘70~80년대 빈둥거리며 혜택 본 사람들은 나를 비난할 자격없다’는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어제 (한국)노총대회에 가서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이어지더라. 하이닉스를 살린 게 반은 노조다. 하이닉스가 5년전만 해도 천덕꾸러기여서 5천억원에 갖고 가니마니, 거저라도 갖고 가라고 했는데, 새로 들어온 경영진과 노조가 살렸다. 3년전 첫 수익났을 때 노동자들은 당연히 그동안 많이 참았으니 분배를 더 해 달라고 했을 것 아니냐. 그때 경영자 쪽에서 조금만 참아달라, 조금 생겼다고 나눠먹으면 투자를 못하지 않냐고 했고, 노조가 받아들였다. 연수익 2조까지 올라갔다. 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이 거기 나와 있더라. 그 사람 보니 그런 생각이 났다. 70년대에 원풍모방이라고 있었다. 원풍모방이 부도가 났었는데, 그걸 노조가 경영해 살린 일이 있다. 70년대 노동운동과 인권운동하던 분들, 그때 전태일 분신했고, 김경숙 와이에이치(YH) 신민당사에서 추락해 숨졌고, 동일방직 (노조)는 똥물 뒤집어 쓰면서 탄압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서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인권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고 인권운동이 그랬다. 감옥가고 도망가고 고문당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했다.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70년대, 80년대 우리가 빈둥거리고 논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인권신장을 위해,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피흘리면서 모진 고문을 참아가면서 투쟁해온 거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 그것이 역사인식이다. 그걸 제대로 볼 줄 알아야된다. 그런 인식이 산업화 세력, 우리가 산업화를 이뤘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느냐는 식으로 간다면 그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과거사를 지금의 갈등 구조로 얘기를 하는 거고, 갈등 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거다. 이런 분열과 대립, 갈등구조로서의 인식은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이다. 그걸로는 통합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런 분열과 갈등, 대립의 시대로 인식을 하느냐. 지금은 민주화, 산업화를 통합해 선진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고, 우물 안에 갇힌 우리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활짝 뻗어나가는 우리를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념적인 대립, 지역적인 대립, 이런 게 아니고 내적으로 통합하고 지역적으로도 통합하고, 냉전 논리가 아닌 평화의 논리로 나가야 된다. 이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그것이 역사인식이다. -한나라당 경선구도 자체가 2강 1중 2약, 대략 이렇게 형성된 것으로 사람들이 평가한다. 아직 경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아직 권위주의 시대 낡은 정치 폐습이 엄존하는 게 안타깝고.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 =대표적으로 줄세우기, 편가르기, 세몰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평가하시나. =겉으로 나타나는, 아니 나한테 물어볼 거 있어요? 성 기자 잘 아실 것 아니냐. 권 기자 모르시냐. 그대로 쓰세요. 조 기자 몰라요? 몰라서 묻는 거야? -이런 행태가 왜 나타난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이렇게 후보를 뽑으면 본선에서 경쟁력이 약해진다거나,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외적인, 내적인 요소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무현 정부의 실정, 노무현 정부에 대한 좌절이 ‘노무현 정부가 아닌 놈은 된다. 이번에 좀 바꿔야 되겠다’ 이거다. ‘누구든지 좋다. 되는 사람한테 가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면 한나라당의 제일 강자한테 2%씩, 3%씩 더 보태준다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에 골고루 오는 게 아니고 강자한테 쏠리는 현상이 있다. 지금 국민들한테는 마치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나온 것 같은 잠재적인 무의식같은 게 있는 거라. ‘아이고, 노무현이 또 나타났다. 안된다, 이 쪽은.’ 실상 노무현은 이번에 나올 사람도 아닌데. 그런 게 하나 있고. 또 (하나는) 한나라당의 뿌리깊은 문화일 거다. 아직까지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어떤 획일적인 효율이랄까, 이런 데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그게 한편으로 대선후보론으로 나타나고, 그런 대세 속에서 힘을 가진 세력에 줄세우기,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패거리 정치가 나타난다. (한참 생각) 상당한 부분 공천제도와 공천 문화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지구당 위원장, 결국은 어떤 형식이 됐든간에 중앙당 세에 의해 결정이 되고. 이번에 지방자치 선거에서 너무 확연히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줄서기가 아주 고질적인 문화같이 돼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협박을 하고 말이지. 여기 있는 어느 지구당 국회의원이 고분고분 자기네 편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 지역에서 다음에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 내세워갖고 이 쪽 캠프에서 그 지역 담당하는 사람으로 자꾸 부각시키니 이 국회의원은 불안할 수밖에. 더더군다나 힘없는 초선의원이. 실제로 그런 호소를 하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캠프의 정치적인 도덕성의 문제다. 선진정치, 새로운 정치를 해 나가야 됨에도 불구하고 ‘무슨 소리냐, 어떻게든 이기고 봐야지.’ 정치개혁과 정치발전 의지는 조금도 없고, 오직 승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줄세우기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강압적으로 일어난다. 증거 있느냐고 물어보면 내가 또 몰라서 물어보느냐고 할테니.(웃음) -경선 규정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신 걸로 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경선 규정을 지적한 건 없고, 실무선에서 협의를 했다. 경선과 관련해서 내가 제시하는 건 딱 두 가지다. 첫째는 경선이라고 하는 것은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어떤 후보를 언제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 다시 얘기하면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한 절차·과정이 경선이다. 경선 기준은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 경선이다. 그러니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가가 기준이 돼야 되고, 언제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가가 기준이 돼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본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크게 끌어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돼야 된다. 그 세 가지 기준만 원칙에 따라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거다. 경선이 현재 대세를 굳히기 위한 것이라면 경선해서 뭐하겠나. -‘들러리 세우는 경선엔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해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벌어졌다. =내가 얘기한 건 특정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인지. =들러리가 아니라 아까 얘기한 원칙이 있잖아요.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고, 그렇게 해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시기. 그럼 뭐 사실 지금 논의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이 옳은가는 상당한 부분 원칙에서 풀린다. -앞으로 논의를 봐야겠지만, 그런 식으로 규칙이 정해진다면, 그런 규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하신 건가. =그렇다. 일방적으로 현재 대세를 몰아붙이기 위한 룰이라면 어떻게 합의해 줄 수 있나. 당이 또 하나의 패배로 가는 길인데. -합의 못해 준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되죠. -경선 불참이나 탈당까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나? =그런 얘기는 지나가는 얘기처럼 아무렇게나 하는 건 아니고, 저는 지금 이 경선 과정을 통해서 우리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목적이고 역할이다. 가정법을 자꾸 동원할 필요는 없다. -알겠다. 홍준표 의원이 <서프라이즈>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으로선 손 전 지사가 나가면 본선 치르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예선만 생각한다면 후보가 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예선만 생각하고 정치를 할 수 있겠냐’라는 미묘한 발언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손학규를 본선 경쟁자로 내보내면 가장 강력하다’ 그 얘기겠죠. 그렇게 만들면 될 거 아니냐. ‘손학규가 후보가 되면 더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이 확실히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이런 얘길 둘러 표현한 거죠. 다른 후보도 있고 그러니 개인적인 관계도 있고. (웃음) 그러니 뭐, 더 이상 얘기하면. 그건 홍 의원이 그런 얘길 어떤 계기에서 얘길 했는진 모르겠지만, 굳이 손학규에 대해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은 ‘우리가 손학규를 세울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쉽게 되겠느냐’는 안타까움을 얘기한 것이고, ‘생각을 좀 달리해서 손학규를 한 번 세워보자, 이런 걸 여러분도 같이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대세가 능사가 아니다’ 그 얘기 아니겠어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아니고 여당 쪽 후보 적합도에서 1위가 나오는 게 굉장히 희한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한나라당 밖으로 나오면 잘 모시겠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의원들도 있다. 한 말씀 답변을 해 주셔야죠. =개인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공개적인 언론을 통해서. =개인적인 접촉도 없었고. 손학규가 가진 본선경쟁력에 대한 평가겠죠. -여당 후보가 될 경우 이길 수 있다고 여권에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여하튼 손학규가 가진 본선 경쟁력이 있는데, 그걸 (여당이) 사자는 얘기 아니겠냐. -그 분들한테 이 기회에 공개적으로 답변을 한 마디 해달라. =제가 무슨 언론에다 대고 한 얘기에 대해 답변을 하겠어요. -언론을 통해 했으니 언론을 통해 답변하시는 게.. =아니, 뭐 그런 걸.. -지난 주 보도를 보니, (캠프) 내부에서 회의를 할 때 ‘3월 한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고 하면서 총력전을 주문했다고 하더라. 3월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지? =열심히, 지금까지 걸어온 길로 꾸준히,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꾸준히 개척해 나가야죠. 국민들에게는 국민들과 항상 함께 하고,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꾸준히 보여주고, 지금 당면해 있는 구체적인 정책 과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말하자면 어제 대북정책에 대해, 물론 완결이 된 건 아니지만, 분야별로 꼭 필요한 것을 가능하면 허풍없이 만들어 나가야죠. -3월10일까지 경선준비위원회 활동시한인데, 그게 가능할 걸로 보시나. =글쎄 아직 모르겠어요. -특별히 보고받은 신 것 없나. =네. -경준위가 하는 일엔 검증이 있다. 후보 검증을 경준위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잠시 생각) 현명하게 대처하고, 좋은 방안을 강구하겠죠. 그런데 국민들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정말 공정한 절차가 될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이 당 차원을 넘어서서 국민적 차원에서 ‘그렇게 하면 공정성이 담보되겠다’고 납득이 될 만한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만들게 되겠죠. -만들 걸로 예상하나? =그렇게 기대를 해야죠. -기대하신다?
=그렇게 기대를 해야죠. 잘 할 걸로 기대를 해야죠. 기준은 선거에 이기려고 하는 것이냐, 아니면 지금 현재 세에 밀려 적당히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이냐 하는 부분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결코 눈가리고 아웅해선 안될 것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시스템이나 제도나 장치로 귀결된다면 장기적으로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겠죠. 모든 것을 12월19일로 봐야지, 그때 가서 이길 수 있는가를 봐야지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에 판단이 흐려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제기된 각종 의혹을 어떻게 해명을 하느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당 검증위에 소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라는 여론이 훨씬 높다.
=법적인 효력과도 상관이 되는 것 같은 문제에 대해 자세한 건 잘 모르겠다. 그걸 내가 일일이 이건 이래야 된다, 저건 저래야 된다는 판단까지 해야 될 것 같진 않고. 실무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두 가지 기준이다. 12월19일을 기준으로 하는 절차인가. 두번째는 국민의 판단을 생각하는 절차냐. 우리끼리 눈가리고 아웅하고, 이불 속에 머리 드러내놓고 아웅하냐, 이런 것이 되면 국민들이 길게 봤을 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주류 내지 다수의 흐름이 있다. 지사는 최근 남북관계, 부동산, 정체성에 대해 (당과) 여러 가지 부딪히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손학규 빠진 한나라당 생각해봐라. 제대로 된 한나라당이냐’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생각과 뜻이 상반되는데 한나라당에 남아 계신 게 상식적으로 제3자들이 보기엔 이해 안되는 측면이 있다.
=내가 주인인데 무슨 남아 있나. 남아 있다는 표현 자체에 어폐가 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을 바꿔야 된다는 얘기다. 말이 주류라고 하지만, 그게 주가 아니고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거적인, 과거 회귀적인 사고방식, 과거회귀적인 정체성, 사실은 그건 얼마 안되는데 세에 떠밀려 거기 얹혀 있는 거다. 그건 언제든지 당의 정체성의 핵심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뀐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을 보면 워낙 처음부터 당에 들어올 때부터 수구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들어와서, 멀쩡하게 젊은 사람들도 정치적인 세력 때문에 거기 줄 서 있다 보니까, 줄 세워져 있다 보니까 그 노선에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 얹혀 있는 거다. 수구적인, 냉전적인 데 얹혀 있는 거다. 당의 간판, 얼굴이 바뀌면 그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고.
문제는 과거 수구적인, 과거회귀적인 정체성을 갖고 대선에 이길 수 있느냐 이 얘기다. 국민들이 지금은 노무현한테 등 돌려서 반사이익으로 한나라당 지지가 압도적이고 그 안에서도 쏠려 있는 형편이지만,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다가와서 ‘우리가 어떤 나라를 이룰 것인가, 그것을 위해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를 절실하게 생각해 보면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핵실험 이후 근래에 와서 보수회귀적인 기운이 높아지면서 남북관계도 다시 냉전논리가 휩쓰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동안에도 세상은 또 바뀌어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만나고, 김계관이 미국을 초청하고 아이에이이에이(IAEA)를 북한이 초청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도 바뀌었다. 그렇게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관계 속에서 과연 과거 60~80년대 냉전논리로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겠느냐. 길게 보면 최소한 노태우 정권 이래로 계속, 기복은 있었지만, 남북 교류의 폭은 넓어져왔고, 질과 수준도 높아졌다. 동북아 긴장완화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구나 최근의 변화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합의와 국제적인 분위기가 평화 쪽으로 가고, 남북협력 쪽으로 가고, 그것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하는 노력 쪽으로 국제 사회가 움직인다. 그럼 그걸 우리가 앞서서 해야죠. 그걸 못하면 뒤처지고 외톨이가 되는데. 내가 얘기하는 건 그거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나라를 운영하겠소, 책임지겠다소 하려면 최소한 그런 부분에 우리가 앞장서 있다는 것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니냐. 뒤에 서서 옛날 60년대 70년대 유성기판만 돌리고 있어서야 되겠어요?.
-한나라당이 유성기판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도 정당 지지율은 50%, 이 전 시장의 대선 후보 적합도는 50%로 굉장히 높게 나오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
=정치가 미래를 봐야죠. 오늘의 현상만 보면, 오늘만 따라가면 늦어지는 거죠. 앞을 봐야죠.
-국민들이 현재 한나라당에 그렇게 높은 지지를 보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생각을 해 보세요. 성 기자께 다시 여쭤볼께. 한나라당 세 후보 지지율이 80%죠. 오늘 현 상황에 집착한다면 그게 그대로 2007년 12월19일에도 한나라당이 80% 지지 받겠습니까? 뻔히 안되는 것 아니예요.
-변할 것이다?
=변할 것이다가 아니라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깨질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에 집착해서 어떻게 미래를 책임질 수 있나.
-지금 현재 한나라당 대세론, 이명박 대세론이 거품이다, 그러면 그런 거품 현상이 왜 나타난다고 보나.
=아까 말씀드렸죠. 노무현 실정.
-실정과 반사이익 뭐 그런 거요?
=그렇죠. 그리고 쏠림현상이죠.
-밴드웨건 효과?
=그렇죠. 그리고 사표방지 효과. 내 표를 기왕이면 이기는 데 주고 싶다는 것. 이기는 데 가서 붙으려고 하고. 국회의원 쏠림 현상이 과연 투철한 이념과 의식 속에서 이뤄진 거라고 보나? 그렇게 들어가서 붙어 있다 보면 자기 합리화를 계속하고, 그러다 보니 도그마가 되는 거다. 그런 과정에서 먼저 가 있던 사람이 수구꼴통이 돼 간다. 이게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심각한 현상이다. 내가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이런 구체제에 대한 싸움이다. 진짜로 앙시앙 레짐이다.
-경선규정이 만약 바뀌지 않을 경우에도 경선에 참여하실 계획인가.
=만약에란 얘긴 하지 말자니까. 지금은 안될 때 어떻게 한다는 얘기나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경선이 본선에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5명 가운데 1명만 후보로 뽑힐텐데, 나머지 4명의 후보는 뽑힌 1명의 후보를 지지하고 지원해야 되나.
=정당한 절차나 당의 분명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고, 그건 민주주의의 기본이죠. 그렇게 당이 다 안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지사는 본인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하고, 한나라당의 주인이라고 하는데,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안되는 이유는 뭔가.
=내가 제일 잘한다는 얘길 해야지 왜 남의 얘기를 해. 내가 이 역사를 시대정신에 맞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과 실력을 얘기하는 거다.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실정을 하고, 국민들에게 많은 불안·불신·좌절을 주지만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이회창을 선택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의 노무현을 선택한 것은 그 시대변화를 노무현이 대변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다. 그럼 시대변화라는 게 뭐냐. 한나라당은 자꾸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무리 아니라고 혁신안을 보여주고 젊은 의원을 이회창 후보 옆에 갖다 세워놔도 국민들 눈에는 아닌거라. 국민들 눈엔 새로운 정치가 노무현한테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그게 30대 후반, 40대 초반부터 나타나 힘을 얻어서 그리로 간 거지. 물론 압도적인 우세는 아니었다. 그 전까진 대세라는 게 있었는데, 노무현같은 미미한 사람이, 기존 체제에 대해 많은 공격을 하고, 언론에 대해서도 공격했지만 뭐 하겠나, 이랬는데. 보니까 한나라당이 새로운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거머쥐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까 확실한 대안은 아니지만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 거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노무현한테 진절머리 내고, ‘디제이때부터 완전 좌파정권이고, 도저히 안되겠다. 이 쪽으로는 조금도 근처에 가서는 안되겠다’고 홱 돌아서 갖고 반대편 스펙트럼에 가서 고착되면 나는 찬스가 없다고 본다. 국민이 그렇다면.
-근데 국민이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거지. 거기 가서 딱 들러붙어 있을 수가 없다는 거다.
-반드시 변화한다?
=그럼. 역사가 앞으로 진전하고 있는 건데.
-2002년 대선 상황을 현재상황과 비교해도 되겠나.
=경제는 시장경제다, 자유민주주의다 얘기한다. 지금은 누구도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고, 성장정책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기존의 70~80년대 개발시대 논리로 경제를 보느냐, 21세기 디지털 글로벌 논리로 경제를 보느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느냐 이것에 따라 역사성이 보여질 수 있다는 거다.
또다른 한 축이 사회적 분배나 사회적 화합의 문제다. 여러 가지 장밋빛 공약 내놓을 수 있는데,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 철학이 뭐냐가 녹아날 수 밖에 없을 거다. 실제로 해온 일이. 출생이 어떻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사회와 부딪쳐서 살아왔느냐다. 그게 결국 나오니까. 분배정책이든 이런 것에는.
세번째는 남북관계, 평화의 문제다. 이건 좀더 차별성이 분명해 질 거다. 그런데 지금 김대중 햇볕정책에 대한 반감이 많고, 노무현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이 많다고 해서 대북 포용정책이 전면적으로 부정될 것이냐. 그럴 수가 없다. 미국이 봉쇄정책·제재정책으로 나가서 북한 붕괴를 전제로 했다가 안돼서 유턴하지 않았나. 그게 시대적 흐름이다. 내가 디제이 햇볕정책을 얘기했다가 보통 포화를 맞은 게 아닌데, 그 사람들도 그런다. 왜 디제이를 거론하며, 왜 햇볕정책을 얘길 하느냐.
-이름을 좀 바꿔라?
=응. 디제이 알레르기, 햇볕정책 알레르기다.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분열과 갈등 속에 있다는 걸 여기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디제이 햇볕정책이란 말은 부정적인 정서가 있어서 쿼트를 안한다고 하더라도, 내 대북정책이 햇볕정책 그대로가 아니라 계승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이고, 잘못과 부족한 것을 극복하고 보완하고 발전시킨다는 당연한 얘긴데. 디제이 집권때부터 나는 그런 얘길 해왔다. 디제이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폐기해야 될 게 아니라 계승·발전시켜야 된다고 내가 6~7년전부터 얘기했다. 내가 디제이 햇볕정책을 그대로 쓰겠다는 게 아니라 그 콘텐츠는 북한과의 긴장완화, 교류협력 강화하고, 그것을 통해 북한 개혁개방을 유인하고, 그걸 발전시켜 남북간 평화체제를 확립하고, 그 평화체제 속에서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해서 이익을 보자는 체제를 만들자는 거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통일이 이뤄지고, 궁극적 통일도 그 속에서, 그 기초 위에서 이뤄진다는 게 내 믿음이다.
근데 이런 데 대한 확고한 믿음은 쉽게 가져지는 게 아니다. 참모들이 ‘아, 대세가 과거 이런 식으로 하니까 조금 진보적 색깔 내셔야 됩니다’라고 얘기를 한들, 그렇게 안된다. 내가 이 역사를 앞장서서 이끌어나가는 데 최적이라는 확고한 신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념적으로나 남북관계에 대해 진보적인 많은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국제관계, 시장, 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질문 하나를 잘못드렸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특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수치가 굉장히 높은데 이 수치 자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현재 지지율은 허수이고, 거품이다. 반드시 변한다.
-오랜 시간 감사드린다.
=지금 대선에 임하는 내 자세는 사명감과 자신이다. 최종적으로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하는 겸손한 마음을 갖고, 그러나 하늘이 그렇게 이끌어주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노력하겠다.
정리 권태호 조혜정 기자 h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나라 지지율 ‘거품’…반드시 변한다
범여권진영서 영입 제의 받은바 없어 손학규 전 지사는 요즘 속된 표현으로 ‘열’을 받아 있다. 디제이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당내 보수세력의 공격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명박 전 시장이 “70~80년대에 빈둥거리면서 혜택을 본 사람들”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경선에 과연 참여할 것인가? 결국 탈당을 하는 것은 아닌가? 여러가지가 궁금했고, 긴급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88주년 삼일절인 1일 아침 그는 <한겨레>와 <와이티엔>이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5㎞를 뛰었다. 인터뷰 취재팀(성한용 권태호 조혜정 이정아 기자)이 약속대로 오후 2시30분에 서울 인사동 ‘민가다헌’에 도착했다. 그는 민주계 맏형이었던 최형우 전 장관과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오후 3시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사진을 위해 잠시 분장을 한 뒤 말문을 열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말투는 그답지 않게 무척 단호했다.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따끈따끈한 이슈가 너무 많다. 손학규 전 지사 발언이 너무 단편적으로 소개된다. 어디서 기자들과 한두 마디 나눈 것만 나온다. 그런 말씀 하시는 배경이 궁금하고, 독자들과 유권자들에게 정보 전달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책과 관련된 포괄적인 생각을 여쭙는 것은 아니다. 현안에 관련되고 집중적인 것으로, 내용도 늘어지게 하지 않는다. 보충 질문 여러 번 드릴 수 있으니 양해 해달라. =끝까지 물어늘어지겠다고?(웃음) -아침에 <한겨레>-와이티엔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명박 전 시장과 거기서 뵈었는데, 소음이 많아서 무슨 말씀 나눴는지 못들었다. =오늘 왜 마라톤 안뛰냐고. 왜 복장이 그러냐고. 그거 입고 어떻게 뛰겠냐고 했더니 오늘 못 뛴다고.
-‘70~80년대 빈둥빈둥’ 발언 관련해서 얘기한 것 아니냐? =정치인들이 그런 데서 만나서 그런 얘기하나? -제일 관심가는 부분은 한나라당이, 주류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진 모르지만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역사의식에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해명하긴 했지만 ‘70~80년대 빈둥거리며 혜택 본 사람들은 나를 비난할 자격없다’는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어제 (한국)노총대회에 가서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이어지더라. 하이닉스를 살린 게 반은 노조다. 하이닉스가 5년전만 해도 천덕꾸러기여서 5천억원에 갖고 가니마니, 거저라도 갖고 가라고 했는데, 새로 들어온 경영진과 노조가 살렸다. 3년전 첫 수익났을 때 노동자들은 당연히 그동안 많이 참았으니 분배를 더 해 달라고 했을 것 아니냐. 그때 경영자 쪽에서 조금만 참아달라, 조금 생겼다고 나눠먹으면 투자를 못하지 않냐고 했고, 노조가 받아들였다. 연수익 2조까지 올라갔다. 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이 거기 나와 있더라. 그 사람 보니 그런 생각이 났다. 70년대에 원풍모방이라고 있었다. 원풍모방이 부도가 났었는데, 그걸 노조가 경영해 살린 일이 있다. 70년대 노동운동과 인권운동하던 분들, 그때 전태일 분신했고, 김경숙 와이에이치(YH) 신민당사에서 추락해 숨졌고, 동일방직 (노조)는 똥물 뒤집어 쓰면서 탄압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서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인권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고 인권운동이 그랬다. 감옥가고 도망가고 고문당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했다.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70년대, 80년대 우리가 빈둥거리고 논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인권신장을 위해,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피흘리면서 모진 고문을 참아가면서 투쟁해온 거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 그것이 역사인식이다. 그걸 제대로 볼 줄 알아야된다. 그런 인식이 산업화 세력, 우리가 산업화를 이뤘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느냐는 식으로 간다면 그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과거사를 지금의 갈등 구조로 얘기를 하는 거고, 갈등 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거다. 이런 분열과 대립, 갈등구조로서의 인식은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이다. 그걸로는 통합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런 분열과 갈등, 대립의 시대로 인식을 하느냐. 지금은 민주화, 산업화를 통합해 선진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고, 우물 안에 갇힌 우리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활짝 뻗어나가는 우리를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념적인 대립, 지역적인 대립, 이런 게 아니고 내적으로 통합하고 지역적으로도 통합하고, 냉전 논리가 아닌 평화의 논리로 나가야 된다. 이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그것이 역사인식이다. -한나라당 경선구도 자체가 2강 1중 2약, 대략 이렇게 형성된 것으로 사람들이 평가한다. 아직 경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아직 권위주의 시대 낡은 정치 폐습이 엄존하는 게 안타깝고.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 =대표적으로 줄세우기, 편가르기, 세몰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평가하시나. =겉으로 나타나는, 아니 나한테 물어볼 거 있어요? 성 기자 잘 아실 것 아니냐. 권 기자 모르시냐. 그대로 쓰세요. 조 기자 몰라요? 몰라서 묻는 거야? -이런 행태가 왜 나타난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이렇게 후보를 뽑으면 본선에서 경쟁력이 약해진다거나,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외적인, 내적인 요소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무현 정부의 실정, 노무현 정부에 대한 좌절이 ‘노무현 정부가 아닌 놈은 된다. 이번에 좀 바꿔야 되겠다’ 이거다. ‘누구든지 좋다. 되는 사람한테 가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면 한나라당의 제일 강자한테 2%씩, 3%씩 더 보태준다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에 골고루 오는 게 아니고 강자한테 쏠리는 현상이 있다. 지금 국민들한테는 마치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나온 것 같은 잠재적인 무의식같은 게 있는 거라. ‘아이고, 노무현이 또 나타났다. 안된다, 이 쪽은.’ 실상 노무현은 이번에 나올 사람도 아닌데. 그런 게 하나 있고. 또 (하나는) 한나라당의 뿌리깊은 문화일 거다. 아직까지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어떤 획일적인 효율이랄까, 이런 데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그게 한편으로 대선후보론으로 나타나고, 그런 대세 속에서 힘을 가진 세력에 줄세우기,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패거리 정치가 나타난다. (한참 생각) 상당한 부분 공천제도와 공천 문화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지구당 위원장, 결국은 어떤 형식이 됐든간에 중앙당 세에 의해 결정이 되고. 이번에 지방자치 선거에서 너무 확연히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줄서기가 아주 고질적인 문화같이 돼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협박을 하고 말이지. 여기 있는 어느 지구당 국회의원이 고분고분 자기네 편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 지역에서 다음에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 내세워갖고 이 쪽 캠프에서 그 지역 담당하는 사람으로 자꾸 부각시키니 이 국회의원은 불안할 수밖에. 더더군다나 힘없는 초선의원이. 실제로 그런 호소를 하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캠프의 정치적인 도덕성의 문제다. 선진정치, 새로운 정치를 해 나가야 됨에도 불구하고 ‘무슨 소리냐, 어떻게든 이기고 봐야지.’ 정치개혁과 정치발전 의지는 조금도 없고, 오직 승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줄세우기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강압적으로 일어난다. 증거 있느냐고 물어보면 내가 또 몰라서 물어보느냐고 할테니.(웃음) -경선 규정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신 걸로 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경선 규정을 지적한 건 없고, 실무선에서 협의를 했다. 경선과 관련해서 내가 제시하는 건 딱 두 가지다. 첫째는 경선이라고 하는 것은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어떤 후보를 언제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 다시 얘기하면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한 절차·과정이 경선이다. 경선 기준은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 경선이다. 그러니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가가 기준이 돼야 되고, 언제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가가 기준이 돼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본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크게 끌어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돼야 된다. 그 세 가지 기준만 원칙에 따라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거다. 경선이 현재 대세를 굳히기 위한 것이라면 경선해서 뭐하겠나. -‘들러리 세우는 경선엔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해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벌어졌다. =내가 얘기한 건 특정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인지. =들러리가 아니라 아까 얘기한 원칙이 있잖아요.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고, 그렇게 해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시기. 그럼 뭐 사실 지금 논의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이 옳은가는 상당한 부분 원칙에서 풀린다. -앞으로 논의를 봐야겠지만, 그런 식으로 규칙이 정해진다면, 그런 규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하신 건가. =그렇다. 일방적으로 현재 대세를 몰아붙이기 위한 룰이라면 어떻게 합의해 줄 수 있나. 당이 또 하나의 패배로 가는 길인데. -합의 못해 준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되죠. -경선 불참이나 탈당까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나? =그런 얘기는 지나가는 얘기처럼 아무렇게나 하는 건 아니고, 저는 지금 이 경선 과정을 통해서 우리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목적이고 역할이다. 가정법을 자꾸 동원할 필요는 없다. -알겠다. 홍준표 의원이 <서프라이즈>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으로선 손 전 지사가 나가면 본선 치르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예선만 생각한다면 후보가 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예선만 생각하고 정치를 할 수 있겠냐’라는 미묘한 발언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손학규를 본선 경쟁자로 내보내면 가장 강력하다’ 그 얘기겠죠. 그렇게 만들면 될 거 아니냐. ‘손학규가 후보가 되면 더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이 확실히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이런 얘길 둘러 표현한 거죠. 다른 후보도 있고 그러니 개인적인 관계도 있고. (웃음) 그러니 뭐, 더 이상 얘기하면. 그건 홍 의원이 그런 얘길 어떤 계기에서 얘길 했는진 모르겠지만, 굳이 손학규에 대해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은 ‘우리가 손학규를 세울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쉽게 되겠느냐’는 안타까움을 얘기한 것이고, ‘생각을 좀 달리해서 손학규를 한 번 세워보자, 이런 걸 여러분도 같이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대세가 능사가 아니다’ 그 얘기 아니겠어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아니고 여당 쪽 후보 적합도에서 1위가 나오는 게 굉장히 희한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한나라당 밖으로 나오면 잘 모시겠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의원들도 있다. 한 말씀 답변을 해 주셔야죠. =개인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공개적인 언론을 통해서. =개인적인 접촉도 없었고. 손학규가 가진 본선경쟁력에 대한 평가겠죠. -여당 후보가 될 경우 이길 수 있다고 여권에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여하튼 손학규가 가진 본선 경쟁력이 있는데, 그걸 (여당이) 사자는 얘기 아니겠냐. -그 분들한테 이 기회에 공개적으로 답변을 한 마디 해달라. =제가 무슨 언론에다 대고 한 얘기에 대해 답변을 하겠어요. -언론을 통해 했으니 언론을 통해 답변하시는 게.. =아니, 뭐 그런 걸.. -지난 주 보도를 보니, (캠프) 내부에서 회의를 할 때 ‘3월 한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고 하면서 총력전을 주문했다고 하더라. 3월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지? =열심히, 지금까지 걸어온 길로 꾸준히,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꾸준히 개척해 나가야죠. 국민들에게는 국민들과 항상 함께 하고,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꾸준히 보여주고, 지금 당면해 있는 구체적인 정책 과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말하자면 어제 대북정책에 대해, 물론 완결이 된 건 아니지만, 분야별로 꼭 필요한 것을 가능하면 허풍없이 만들어 나가야죠. -3월10일까지 경선준비위원회 활동시한인데, 그게 가능할 걸로 보시나. =글쎄 아직 모르겠어요. -특별히 보고받은 신 것 없나. =네. -경준위가 하는 일엔 검증이 있다. 후보 검증을 경준위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잠시 생각) 현명하게 대처하고, 좋은 방안을 강구하겠죠. 그런데 국민들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정말 공정한 절차가 될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이 당 차원을 넘어서서 국민적 차원에서 ‘그렇게 하면 공정성이 담보되겠다’고 납득이 될 만한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만들게 되겠죠. -만들 걸로 예상하나? =그렇게 기대를 해야죠. -기대하신다?
손학규 전 지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