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기초자치단체장 현황
비리단체장 빈자리 가난한 풀뿌리 예산으로 다시 뽑아야 하다니…
4·25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에서 ‘비리 혐의로 물러난 전 단체장과 그 소속 정당이 재·보궐선거 비용을 대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는 지자체의 재난 상황을 대비한 예비비에서 선거비용이 빠져나가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재난 예비비가 ‘수뢰 낙마’ 등 뒤치다꺼리 비용으로
양천구민, 전 구청장에 소송…“소속당 보조금 삭감을” 시민들이 나선다=서울 양천구 주민들은 이훈구 전 구청장(한나라당)이 검정고시 대리시험 혐의로 구청장직을 잃고 재선거가 치러지자, 이 전 구청장을 상대로 20억4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양천구청장 선거비용환수운동본부’는 8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낸 소장에서 “지방선거를 하며 들어간 비용 16억2천만원과 주민 1인당 5만원씩의 위자료 등을 내라”고 요구했다. 박징출 본부장은 “비리 단체장이 낙마하면 또 혈세를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용수 시장(한나라당)의 사직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동두천시의 경우 민주노동당 동두천시위원회가 같은날 “최 시장을 공천한 한나라당이 책임지고 재선거 비용 7억2만9천원을 충당하라”는 성명을 냈다. 홍재웅 민주노동당 동두천시위원회 위원장은 “동두천시는 재정자립도가 24.2%로 경기도 시 가운데 최하위”라며 “한번 선거를 하면 자치단체가 휘청일 정도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제대로 뽑을까 4·25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3일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 들머리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양천구청장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문가들은 소송보다는 입법을 통한 해결책 마련이나 선거를 통한 심판을 주문하고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자치단체장이 선거법 등을 위반해 형을 선고받았는데 선거비용까지 내놓으라면 이중처벌의 의미를 갖는 게 아닌가 싶다”며 “주민 감정은 이해하지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정재각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연구부장은 “독일처럼 중앙이나 주정부 의회의 경우 당선이 무효되면 차점자가 남은 임기를 수행하도록 해 아예 재·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 방안도 있다”며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 행위로 당선이 무효화된 출마자의 소속 정당에 보조금을 삭감한 뒤 재·보궐선거 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하승수 제주대 교수(법학)는 “유권자들이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자질을 따져 투표하고,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이에 따른 정치적 심판을 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용덕 전종휘 김기태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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