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들과 오충일 대표, 김호진 국민경선위 공동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아름다운 경선 다짐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공정경선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유시민·추미애·정동영 예비후보, 오 대표, 김 공동위원장, 천정배·이해찬·한명숙·신기남·손학규 예비후보.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민주신당 경선 첫토론회 ‘손학규 정체성’ 난타
27일 열린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 첫 토론회에서는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 참여정부의 공과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 사이에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천정배 이해찬 등 여러 후보들은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후보한테 공세를 퍼부었다. 비노와 친노 계열 주자들은 참여정부 평가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사면초가’ 손학규=손 후보 비판에는 천정배 후보가 앞장을 섰다. 머리발언부터 “한나라당 짝퉁 후보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포문을 연 천 후보는 자유토론에 접어들어 자신의 차례가 되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손 후보는 올해 초에 ‘내가 지금껏 한나라당을 지켜온 기둥이자 주인이다. 내가 한나라당 자체다’라고 말씀했다. 그런데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아하다.”
천 후보는 손 후보가 지난 해 10월 북한 핵실험 때 대북 쌀 지원 중단을 주장한 사실 등을 예로 들며 “항간에는 손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정권을 빼앗아가려 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 자리에 같이 앉아서 토론하는 것 자체에 매우 자괴감을 느낀다. 한나라당에서 3등 하던 후보를 꿔다가 선거에 임하는 꼴이 됐는데, 신당 후보로 나온 진짜 목적이 뭐냐”고 몰아세웠다.
신기남 후보는 ‘자격론’을 들먹이며 손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신 후보는 “(손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사실만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 대통령, 성장, 선진화 등 노선과 정책 면에서 이명박 후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민주신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공박했다.
이해찬 후보는 저출산 문제의 원천적 책임을 손 후보에게 돌렸다. 그는 손 후보가 1997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사실을 거론하며 “(총리할 때) ‘왜 이렇게 출산률이 급전직하로 내려가는데 막지 못했을까’ 따져보니까 그때(손 후보가 장관할 때) 막았어야 하는 데, 방어를 못한 탓”이라며 “그 당시 아동합계 출산률이 얼마였는지 아느냐. 손 후보는 그때 거꾸로 산아제한 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손 후보는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거론하며 예봉을 피해갔다. 손 후보는 “문득 흑묘백묘론이 생각난다”고 운을 뗀 뒤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길 원하고 일자리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며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체질과 세계관의 변화를 강조했다.
◇참여정부 공과 논쟁=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는 손학규 후보가 먼저 거론했다. 손 후보는 천 후보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의욕에 차서 출발했는데 왜 문을 닫게 됐는지, 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넘나드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 후보는 이어 자유토론 시간에 이해찬 후보를 향해 본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인데, 열린우리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패를 하고 문을 닫게 됐다. 참여정부의 지지도도 바닥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민심 이반의 원인을 젊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이 후보는 “지방선거 중에서도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못하는데 그에 대한 대책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우리당에 유리하지 않은 보도를 많이 했는데, 그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도 이 후보와 설전을 주고받았다. 추 후보는 “(2003년 민주당의) 분당에 반대했던 노무현 대통령까지 설득해서 분당으로 몰고 갔던 분들이 있다”며 “지금도 분열, 분당이 옳았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고 대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당시 분당이 아니라 재창당을 주장하며 설득을 했는데,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당무위원회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책임을 지금의 민주당으로 돌렸다. 강희철 김태규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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