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연장 담화 안팎
청와대 찬반 격론…노 대통령 “대통령 아지라면 나도 반대”
청와대 찬반 격론…노 대통령 “대통령 아지라면 나도 반대”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방침을 밝히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파병연장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약속했던 올해안 철군 계획을 스스로 뒤집는 데 따른 정치적·도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한반도 평화라는 당면한 국익을 지키는 게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까지 연내 철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과, 북핵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미국의 파병 연장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실리’ 사이에서 갈등해 왔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 스스로 참모들에게 ‘내가 만약 대통령이 아니라면 나도 파병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초까지 청와대 안에서 찬반 격론이 있었다. 단계적 철군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아주 최근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심을 거듭하던 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안보정책조정회의 직후 ‘단계적 철군’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격론 끝에 6자 회담의 성공과 북-미 관계 개선, 더 나아가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파병 연장 동의안의 국회 통과는 완벽하게 자신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다른 핵심 관계자는 “파병 연장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피해 갈 길이 없었다”며 “국민과 정치권에 진심을 호소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범여권을 자임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담화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 자체가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선택이 정치권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통합신당이 연장 반대 방침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현실적 고민을 이해한다고 말했듯 이번 결정은 한반도 평화라는 더 큰 평화가치 실현을 위한 선택인 만큼 무분별한 가치논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회를 설득할 여지가 있고,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찬성하고 통합신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파병 연장안의 국회 표결이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노 대통령으로선 당장의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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