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39~44% 독주 ‘반노-반범여권’ 반영
고건 등 퇴장불러…낮은 응답률·집전화 ‘한계’
고건 등 퇴장불러…낮은 응답률·집전화 ‘한계’
여론조사 공표 가능 시한인 지난 12일까지 1년여에 걸친 대선 여론조사의 추이는 ‘이명박 독주’로 간추릴 수 있다.
서울시장 시절의 성과를 기반으로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켰다. 범여권의 실정으로 이반된 민심은 여론조사를 통해 이명박 지지로 나타났고, 이게 다시 여론조사에 반영되면서 ‘이명박 대세론’을 형성했다. 뚜렷한 정책 대결이 없는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력을 떨쳤다.
■ 이명박 ‘단독 질주’= 이명박 후보는 지난해 12월26일 〈한겨레〉 조사에서 38.9%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이래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인 12일 조사에서도 44.3%로 1위를 고수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부침을 거듭하며 번갈아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그 원인을, 전문가들은 강고한 ‘반 노무현 심리’에서 찾는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코리아’의 김형석 대표는 “부동산 폭등과 같은 참여정부의 실정을 겪으며 2년여 전부터 형성된 ‘반 노’, ‘반 범여권’ 층은 대략 유권자의 60% 안팎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이 처음에는 이명박-박근혜 지지층으로 나뉘어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에는 이명박 후보에게로 모아졌고, 이회창 후보가 출마한 뒤에는 이명박-이회창 지지로 나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여권은 거듭된 이합집산과 분열로 대선 일주일여를 앞둔 현재까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여론조사에서 20%대에 오른 범여권 주자는 고건 전 총리가 유일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뒤늦게 정동영 후보를 뽑았지만, 그의 지지율은 ‘경선효과’가 반영된 10월17일 조사 때의 19.0%포인트 이후 별다른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여론조사에 웃고 울고= 고건 전 총리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락하자 올초 대선 출마의 뜻을 접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데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손 전 지사의 핵심 참모)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5%를 못넘어서”라는 말을 남기고 중도 하차(4월30일)했다.
2002년 민주당이 당내 경선의 ‘점수’로 처음 반영했던 여론조사는 2007년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의 주요 변수로 자리잡았다. 통합신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채용하는 상황이 됐다. 여론조사의 활용 범위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대표적으로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다, 집전화만으로는 정확한 여론조사가 어렵다는 것 등이 제기됐다.
임상렬 대표는 “지지율 조사를 우리나라처럼 단 하룻만에 끝내고 공표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다. 일반 지지율 조사의 경우 최소한 이틀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시해야 정확한 추이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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