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관별 2008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이 당선인은 연구기관 대표 간담회서 ‘7% 성장’ 협조 주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일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해 자신의 기조를 밀고가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이 당선인은 또 “일부는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꺼리지만 나는 당당하게 쓰겠다. 새로운 정부가 친기업적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새 정부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경제연구기관 10곳의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원자재 가격, 환율,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국제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안다”며 “그렇다고 손 놓고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자세가 아니라, 어려우니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태안반도 자원봉사 열기를 사례로 들면서 “(연인원) 60만명이 왔다 갔다. 학자들이 계산해 보면 (원상복구에) 10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발표만 하는데,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실물에서 극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대외환경의 어려움을 지목하면서 올해 경제전망을 각각 4.7~5.1% 수준으로 발표해 이 당선인의 ‘7% 성장론’을 사실상 반박한 것에 대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연구소장들은 이날 이 당선인에게 △규제완화 △물가안정 △투자활성화 △중소기업 육성 등을 주문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이 당선인의 ‘예산절감 10%’ 공약에 대해 “올해 (예산을) 10% 줄여 20조원 지출을 줄이면 경직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금년에는 섬세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7%’라는 구체적인 성장률 목표 수치에 대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연구기관들이 이미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를 크게 밑돈다. 특히 연구기관들은 한결같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무리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내 경제 체질을 바꾼다 해도 우리 경제가 당분간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전세계 경제 규모의 95%를 차지하는 51개국의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5.1%에서 4.6%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선인 주변에서도 ‘현실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2일 박형준 인수위 간사가 6% 정도로 성장률을 조정할 뜻을 밝혔고, 사공일 대통령직 인수위 경쟁력강화 특위 위원장도 “올해는 7%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 박우규 에스케이 경영경제연구소장,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 김주형 엘지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최우성 권태호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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