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이명박 정부의 첫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유우익(58)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10년 넘게 이 당선인과 함께해 온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다.
1950년 경북 상주 태생인 그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키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30살이던 80년에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됐다. 이후 동양인 최초로 세계지리학회 사무총장직을 맡을 정도로 학계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 당선인과의 첫 만남은 96년 7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당선인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부대운하 건설 구상을 처음 제시하기에 앞서 유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면서부터다. 이후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정 자문단을 조직하면서 이 당선인을 보좌했다. 2006년 가을부터는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직을 맡아 한반도 대운하 공약, 나들섬 프로젝트, 서해 평화지대 공약 개발 등 대선 공약을 개발했다. 유 내정자는 특히 이 당선인의 시장 시절부터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경선 당시 후보 수락 연설, 대통령 당선 기자회견, 대통령 당선인 신년사를 작성했고, 대통령 취임사도 그의 손을 거치게 된다.
이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실을 정치인이 아닌, 유 내정자에 맡긴 것은 청와대를 ‘일하는 조직’으로 꾸리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장이 이전처럼 권력의 핵심기관, 2인자로 군림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받드는, 일종의 기업 ‘회장 비서실’과 같은 체제로 바꾸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발표하는 청와대 수석 인사도 대부분 ‘실무형’ 전문가 위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실과 관련해 “비서실은 국정에 협조하며 대통령과 내각 간의 의사 전달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유 내정자는 누구보다 이 당선인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데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 야심이 없다는 점이 ‘교수 출신’인 유 내정자를 대통령실장으로 임명한 이유로 보인다. 유 내정자도 1일 기자회견에서 “나서서 떠들지 않고 성심을 다해 대통령을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당시 4선의 박관용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3선을 지낸 뒤 물러나 있던 김중권 전 의원,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재선 의원이던 문희상 의원이 각각 임명되는 등 모두 정치인 출신이 맡았다. 대통령실의 약화된 ‘정무’ 기능은 이번에 부활되는 정무수석이 맡아 빈 곳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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