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정부개편안 협상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인수위 간사, 청와대 수석내정자 등과 함께 안상수 원내대표의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원안대로 강행”-손학규 “진전된 안 뭐냐”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막판 극적인 타결을 끌어낼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시한이 사실상 15일까지로 사흘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다, 12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의 전화통화가 냉랭하게 끝난 점 등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과 손학규 대표의 12분여에 걸친 통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통합신당 대변인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 주장을 주고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 당선인이 손 대표에게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요청하면서 “협의가 안 되면 우리는 원안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최후 통첩’처럼 비친다. 이는 양당이 이미 합의한 ‘통일부 존치’도 없었던 걸로 돌리고, ‘원안(13부2처)대로 처리할테니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손 대표도 이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간곡하게 당부한다” “진전된 안을 갖고 오라”는 서로의 요구만 되풀이한 셈이 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야당에 대한 설득보다는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사실상 압박성 발언까지 했다. 야당 대표를 상대로 정치공세를 한 느낌”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양쪽의 최고 책임자인 이 당선인과 손 대표의 대화에서도 ‘통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양쪽의 정치적 계산이 전혀 딴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아, 여론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4월 총선에서 ‘통합신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 반대로 통합신당은 한나라당에 분명히 맞서는 선명한 모습을 보이는 게 총선에서 ‘견제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쪽 모두 협상 완전 결렬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도 적지 않아, 마지막 순간까지 물밑 접촉을 통한 타결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태호 이지은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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