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후보등록 마감 사흘앞 지역구 51곳 미정
비례대표 심사도 21일 시작…갈 길 멀어
비례대표 심사도 21일 시작…갈 길 멀어
통합민주당이 후보자 등록 마감일(26일)을 코앞에 두고도 상당수 지역구 공천자 명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출발이 늦었던 데다,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마찰을 빚으면서 지체가 극에 달했다. 250여명이 몰린 비례대표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 작업은 21일에나 시작돼, 마감을 앞둔 ‘벼락치기’ 공천이 이뤄질 판이다.
비례대표 추천위원 문제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 20일 업무를 중단했던 박재승 공심위원장은 21일 손학규 대표를 만나, ‘원칙에서 후퇴 없는 공천’에 합의하고 공천 심사를 재개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공심위가 결정한 모든 기준은 앞으로 있을 전략공천이나 비례공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데 (손 대표와) 전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공심위는 이날 전략지역으로 묶여 있던 전남 무안·신안과 서울 노원병을 일반 공천 지역으로 전환시키고 여론조사 경선을 시작했다. 또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한 부천 원미갑과, 영남 등의 단수 신청 지역 등 30곳의 후보를 확정하는 등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21일 현재 공천이 확정된 지역구는 전체 지역구(245개)의 75%인 185개에 불과하다. 영남 전체 지역구(68곳)에서 절반만 후보를 내기로 했지만, 비영남 지역에서도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곳이 많다. 특히 공천 신청자가 있는데도,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어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서울 광진갑·영등포을·성북갑·성북을·중랑갑·서대문을 등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만 14곳이다.
비례대표 후보 심사도 문제다. 한 당직자는 “후보 등록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24일까지는 비례대표 후보도 확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250여명에 이르는 후보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을 3일 만에 뚝딱 해치워야 할 형편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마지막 날인 26일 후보 등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공천 속도는 4년 전 17대 총선 때와 비교해도 매우 늦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4·11 총선을 앞두고, 3월21일에 229곳의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 지었다. 4년 전보다 선거일은 이틀이나 앞당겨졌지만, 공천자 확정은 그때보다 더 늦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공천 신청을 해놓고도 후보 확정이 안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전략지역 예비후보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전략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한 예비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에 지역에서 사람을 모으고 조직을 가동해야 하는데, 후보가 확정되지 못해 현재 ‘붕’ 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민주당 지역구 공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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