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회의자료를 손에 든 채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아래는 비례대표 후보에 선정된 신낙균 최고위원.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물가불안·영어교육·대운하…선거쟁점 널렸는데 조용
공천 신경쓰느라…지역구 챙기느라…정책공방 손놓아
“한나라 실수 어부지리만 기대…야당 하려면 멀었다”
공천 신경쓰느라…지역구 챙기느라…정책공방 손놓아
“한나라 실수 어부지리만 기대…야당 하려면 멀었다”
“시원시원한, 과거의 야당다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며칠 전 통합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박형우씨는 “지난 10년의 정부를 국정파탄 세력으로 규정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대응은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며 “민주당이여, 당당해지라”고 주문했다. 여상운씨도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는 글에서 “여당에 대한 견제세력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여당의 어떤 정책을 견제할 것인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요행을 바라지 않기 바란다”고 꾸짖고 있다.
요컨대 민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맞서는 투지가 보이지 않고, 한나라당의 부당한 공세나 실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글은 수백 건에 이른다.
민주당은 최근에만도 대여 공세의 호재인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그냥 흘려보냈다. 정보위 간사인 선병렬 의원은 김효석 원내대표에게 미루고, 당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있던 김 대표는 “정보위 소관”이라며 머뭇거리는 사이 청문회 시한(3월22일)을 넘겨버린 것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도 인사청문회 당일에만 쟁점이 됐을 뿐 결국은 흐지부지됐다.
공천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공천에 신경쓰느라, 공천이 끝난 다음에는 제각각 지역구를 누비느라 지도부가 공백인 상태에 놓였다. 상임 중앙선대위원장인 손학규 대표부터 지역구(서울 종로) 표밭갈이에 여념이 없고, 김효석 원내대표(전남 담양곡성구례),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서울 성동을), 우상호 대변인(서울 서대문갑), 최재성 원내 대변인(경기 남양주갑)도 자기 선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장을 겸하고 있던 신계륜 사무총장이 24일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하자 박홍수 최고위원을 긴급 투입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고참 당직자는 민주당의 현 상태를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요약했다. 그는 “누군가가 전체 당무를 틀어쥐고 선거판을 짜나가야 하는데,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선거판에 뛰어들어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물가불안과 서민생계 문제, 영어교육, 한반도 대운하 등 선거 쟁점이 널려 있는데도 공세적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과 사이에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사이, 옛 민주당 출신의 박상천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실속을 단단히 챙겼다. 이른바 “균형 있는 공천”을 명분으로 당선 안정권 안에 ‘자기 사람’들을 여럿 밀어넣었다.
민주당 안에서는 한나라당의 내분, 이명박 정부의 실수에만 기대고 있는 듯한 선거전략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고참 당직자는 “어부지리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야당 노릇 제대로 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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