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낮 청와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오른쪽),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왼쪽) 등 여야 지도부와 함께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 지도부 청와대 오찬
이 대통령 ‘황제테니스 고생담’ 길게 털어놔
“비준동의 뒤 보자” “오래 못볼지도” 냉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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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동의 뒤 보자” “오래 못볼지도” 냉류도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지도부의 첫 만남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두고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 지도부 사이 ‘기싸움’도 팽팽했다.
민주당은 쇠고기 전면개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국내 축산농가에 대한 아무런 피해보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미국 쪽 요구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를 위해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노력했으나,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역효과가 났다.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처리된 듯하다. 국민 정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도 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에 대해 “‘선 대책, 후 비준’이어야 한다”고 당의 기본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쇠고기 개방이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 온 협상과제였음을 강조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에프티에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이뤄놓은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라며 “쇠고기 협상은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수립한 일정을 일관성 있게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한-미 에프티에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추진된 사항이다.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생산적인 토론을 하자”며 “민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실제로 보완대책을 내놓으라”고 역공에 나섰다.
지난 4·9 총선에서 불거졌던 관권선거 논란에 대한 입씨름도 벌어졌다. 손 대표는 “선관위나 경찰에 연락해도 여당 후보에 대해선 조사가 빨리 안 되더라”고 말하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오히려 선거 때 후보들로부터 ‘우리가 여당 맞느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검찰총장부터 참여정부가 임명한 인사가 그대로 있다. 중립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겠나”라고 거들었다.
남북관계와 대북관을 놓고도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공격과 수비를 거듭했다. 손 대표는 “과연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지난 정부의 업적 이외에 적극적인 발전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적극적·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전혀 북한을 적대시하려는 생각이 없다. 누구보다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한-미 관계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공개연설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와 달리 남북을 ‘특수한 관계’로 세계 다른 나라가 인정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이지은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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