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치 이 장면] 세종시 시각차에 더 엇갈려진 시선
2009 정치 이 장면
그들도 이젠 익숙해져 있을까? 만날 때마다 늘 어긋나는 시선에.
그는 뭔가 어색한 듯 엉거주춤한 웃음을 띠었다. 상대는 잔뜩 굳은 표정이다. 눈은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안간힘이라도 쓰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회동 표정’이 따로 있는 듯했다. 지난 1일 헝가리 대통령 초청 청와대 만찬에 자리를 함께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표정(사진)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효율’을 신봉하는 이 대통령과 ‘신뢰’를 외치는 박 전 대표. 두 사람은 양립 불가능한 신념을 신봉하는 서로 다른 종파의 종교인들처럼 엇나갔다. ‘공룡 여당’ 한나라당의 행로를 규정한 건 이념의 푯대도, 정책의 나침반도 아닌 최대주주 두 사람의 엇박자와 이에 따른 ‘친이명박계 대 친박근혜계’의 대립 구도였다.
연초부터 두 사람은 언론관계법 처리를 두고 맞섰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처리 과정)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줘 안타깝다”며 청와대와 당내 친이계 지도부가 밀어붙이던 언론관계법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박 전 대표는 스스로 지적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긴 법안에 대해 “이 정도면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언론관계법은 청와대의 의도보다 한참 늦은 지난 7월 날치기로 통과됐다.
지난 4월 경주 재선거에서 친이계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박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정수성 무소속 후보에게 졌다. 친이 쪽은 박 전 대표 책임론을, 친박 쪽은 공천 실패론을 내세우며 싸웠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두 계파는 확연히 갈려 깊은 골을 드러냈다. 1년 내내 양쪽은 “사사건건 국정에 딴죽을 건다”(친이), “더 이상 어찌 협조를 하란 말이냐”(친박)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할퀴었다.
세종시 문제는 양쪽 갈등의 최정점이다.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들어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밝히자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세종시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α론’을 내세우며 충돌했다.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두 사람의 대립을 당내에선 ‘분당의 씨앗’으로까지 해석하기도 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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